내가 태어난 작은 마을의 초라한 도서관이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도서관을 꼽았다. 하루쯤, 조용한 도서관에 자리를 잡고 읽고 싶었던 책을 여유롭게 뒤적여 보는 건 어떨까. 독서 이외 각종 흥미까지 충족해주는 곳이라면 더없이 좋을 듯하다.
가락몰도서관은 요리 체험을 할 수 있는 전국 유일 식문화 전문 도서관이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으로 가락몰을 만들면서 지역사회를 위해 2016년 3월 도서관을 들였다. 가락몰도서관(전체 면적 982.71㎡)은 동관(어린이·일반 자료실, 식문화 특성화 코너)과 서관(유아 자료실, 쿠킹 스튜디오), 옥상 텃밭으로 나뉜다. 식문화 전문 도서관답게 쿠킹 스튜디오에선 저자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도 함께 만드는 '북앤쿡(Book & Cook)'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가락몰 업무동과 연결된 가락몰 1관 3층 옥상엔 859㎡(260평) 규모의 텃밭이 있다. 연중 '24절기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는 공간이다. 어린이들이 직접 감자와 상추, 파, 토마토 등 채소를 직접 심고 기른다. 채소가 자라면 직접 수확하고 쿠킹 스튜디오에서 요리를 해 볼 수 있다.
가람도서관은 2014년 3월 문을 열었다. 파주시가 운정신도시의 문화 시설이 부족하다는 주민의 민원을 받아들여 113억원을 투자해 전체면적 2013㎡(608평) 규모로 세웠다. 국내 최초로 클래식 전용 공연장까지 갖추고 있다. 운영은 시의 위탁을 받은 느티나무도서관재단이 맡고 있다.
종합자료실엔 클래식·오페라·뮤지컬·영화음악 등 음악 CD 7500여장과 각종 공연 실황을 녹화한 DVD 1000여 장이 있다. 3대의 오디오 플레이어와 헤드셋이 갖춰진 음악 감상 공간에서 대출한 CD를 듣거나, DVD 플레이어와 무선 헤드폰을 구비한 AV 감상실에서 공연 실황 DVD를 즐길 수 있다. 도서관 회원 가입을 하면 CD와 DVD를 1인당 3장, 도서는 7권까지 대출할 수 있다. 자료실엔 1만4000여 권의 일반 도서, 베토벤의 일대기 같은 음악 관련 서적 1200여 권, 음악 잡지 20종도 비치되어 있다. 가람도서관은 경기 지역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명소로 통한다. 노신영 사서는 "조용히 클래식 공부를 하고 음악을 듣는 공간으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의 커피 특성화 도서관인 이곳은 강릉시가 지난 2010년 3월 옛 '강릉문화의 집'을 개축해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1층엔 620권의 커피 전문 서적과 커피 로스팅 도구 등으로 꾸며진 커피 자료실이 있다. 이용객들은 직접 커피를 추출한 다음 여유롭게 독서를 즐긴다.
문화작은도서관(전체면적 387㎡·지상 2층) 1층엔 33㎡ 규모의 커피 자료실이 마련돼 있다. 이 때문에 커피 도서관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커피 자료실엔 바리스타(커피 원두를 고르고 즉석에서 커피를 만드는 전문가) 사이에서 '에스프레소의 바이블'로 불리는 데이비드 쇼머(미국)의 '에스프레소 커피'를 비롯해 일본 호리구치 커피 창업자인 호리구치 도시히데의 '커피 교과서', 유대준의 '커피 인사이드' 등 전문 서적과 국가별 커피 문화·역사를 담은 책자, 커피 교육서 등 620권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다.
커피 특성화 도서관답게 전 세계의 다양한 커피 로스팅 도구와 원두 분쇄기, 커피 추출 도구 등 수십 점의 도구가 전시돼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에티오피아 등 원산지별 생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커피 여행'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안긴다. 도서관 이용객은 직접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아서 만든 커피를 음미해 볼 수 있다.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 있는 '전주 영화 도서관'은 국내 최초의 영화 특화 사립도서관이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전주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던 민병록 동국대 영상대학원 명예교수가 2015년 자신이 평생 모은 영화 서적과 영상 자료 등을 기증해 이 공간을 만들었다. 지역의 몇몇 영화인들도 자료를 보탰다. 영화 도서관엔 유럽·미국·일본 등에서 나온 전문 서적과 고전 영화 등 2만여 점의 자료가 있다.
전주 영화 도서관은 660㎡ 공간에 영화 서적 3500여 권과 영화 잡지 2000여 권, 비디오테이프와 DVD 등 영상 자료 1만5000여 편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프랑스의 발명가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최초의 영화 '열차의 도착' DVD가 눈에 띈다. 1895년 만들어진 이 작품은 열차가 도착하는 장면만 50초가량 찍은 단편이지만, 영화사적 가치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물의 심리와 표정이 카메라 앵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최초로 보여준 독일 표현주의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감독 로베르트 비네·1920년)' 같은 희귀 자료도 있다.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고전 작품인 자전거 도둑(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1948년), 1970년대 '블록버스터(흥행대작)'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린 스타워즈(감독 조지 루커스) 등 세계 영화의 흐름을 이끌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전주 '시네마 타임머신' 타면 세계 최초 영화도 볼수 있다]
탁 트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화사한 화분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1층 테라스와 빨간 벽돌 장식 사이에 꽂혀 있는 책들, 고풍스러운 좌석, 테이블로 카페처럼 꾸며진 1층 내부는 명탐정 셜록 홈스의 무대인 영국 분위기를 풍겼다. 건물 곳곳엔 파이프를 문 홈스의 문양이 걸려 있었다. '추리문학관'이라고 새겨진 표지석은 온통 총탄이 뚫거나 스쳐 간 듯한 모습으로 만들어졌다.
1층에는 코난 도일, 애드거 앨런 포, 애거사 크리스티 등 세계 추리문학 거장의 초상화들이 걸려있으며, 2층엔 '셜록 홈스의 방'이 있다. 책상 위에는 트레이드마크인 사냥 모자와 파이프, 피규어 등이 놓였고, 그 뒤쪽엔 추리소설 원서들이 수북하다. 2층은 주로 문학관에서 주최하는 강연이나 문화행사 장소, 열람실로 이용된다.
3층에 들어서면 대형 창을 통해 펼쳐진 망망대해와 수평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가엔 추리소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 있다. '베이커가의 살인' '추적자' '살인 예언자' '소녀의 무덤' '죽음의 여신'…. 문학관 소장 도서 4만8000여 권 중 추리소설이 1만7000권가량이다. 지하에는 칠을 하지 않아 시멘트 천장과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 거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소가 있다. 추리문학과 관련된 연극 등을 하는 곳이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있는 이곳은 광교 신도시 개발로 건설돼 2014년 12월 개관했다. 근처에 고속도로가 지나고, 뒤편은 하천인 데다 주차 공간도 좁아 접근성이 좋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편의나 감성을 고려한 공간 배치로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홍재(弘齋)'라는 이름은 수원 화성을 축조하고 문화예술 중흥에 앞장섰던 조선 시대 정조(正祖)의 아호에서 따왔다.
광교홍재도서관은 디자인 특화 도서관이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곳'을 표방하는 도서관답게 공간 구성이 독특하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유리 천장이다. 5층 건물의 복판을 비워 입구(口)자 형태로 설계하고, 천장을 유리로 마감했다. 이 때문에 산뜻한 자연채광이 가능하고, 하늘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도서관 자료실·열람실도 디자인 감각을 살렸다. 1층 어린이 자료실에 설치된 유리벽은 로비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흰색 톤의 서가를 중심으로 파스텔 톤의 노란색·연두색 가구를 배치해 화사한 느낌을 준다. 어린이들을 배려해 책장의 높이를 낮추고 원형 책장도 설치해 책을 고르는 재미를 느끼게 했다. 창가를 따라 길게 붙여놓은 열람석, 방안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오두막, 기린 모양 의자 등 아이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공간도 갖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