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이후론 '박물관을 방문했던 적이 언제였나' 기억이 나지 않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기분 전환, 교육용 목적 모두 충족시켜줄 만한 다양한 테마의 이색 박물관들이 속속 등장했다.

1882년 프랑스 파리 일간지 르 골루아(Le Gaulois)의 발행인 아르튀르 메이에르(1844~1924)는 불현듯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신문에 그림으로만 나가는 유명인의 모습을 실물처럼 보여주면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메이에르는 무대의상 제작자이자 조각가였던 알프레드 그레뱅(1827~1892)을 불렀다. 그레뱅은 밀랍으로 인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1882년 6월 5일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밀랍 인형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파리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누적 관람객 6,000만 명을 불러모은 '그레뱅뮤지엄'이다.

파리의 그레뱅뮤지엄은 2년 전 서울에 아시아 최초의 분관(分館)을 열었다. 2015년 7월 개관한 그레뱅서울뮤지엄(이하 그레뱅)은 전 세계 유명 인사 77명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 옛 미국문화원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가수 싸이와 지드래곤, 배우 김수현과 메릴린 먼로, 화가 파블로 피카소,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15개 테마관에 모여 있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류했다. 지난 1월 20일 입성한 후 인기를 끌고 있다. 2월 17일엔 개그맨 유재석 씨가 78번째 인형으로 등장했다.

[유명인 판박이… "말 걸어볼뻔 했네요"]

한국가구박물관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할리우드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가수 빅토리아 베컴의 감탄을 자아낸 곳, 해외 명사가 한국에 오면 한 번은 방문하는 곳이다. 또한, CNN이 2011년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이며, 놀랍도록 감탄스럽다'라고 보도했던 명소이며, 2010년 11월 주요 20국 정상회의 영부인 오찬, 2016년 3월 130년 만의 한·불 전략대화가 열린 장소다.

모친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가구 보는 눈썰미를 갖게 됐다는 정미숙 관장은 나대지였던 6,600㎡(약 2,000평) 땅에 한옥 10채를 옮겨와 18·19세기 목가구 2,550점을 채워 넣었다. 가구박물관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수백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 시작된다. 창경궁 전각을 되살려 지은 궁집이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다.

[시진핑·브래드 피트·CNN도 감탄한 '한국가구박물관']

2012년 7월 문을 연 이 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국립해양박물관이다. 4만 5,386㎡(1만 3,700여 평)의 땅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2만 5,870㎡인 규모도 웅장하다. 김재윤 홍보과장은 "우리 박물관은 문화, 역사와 인물, 항해 선박, 생물, 산업, 영토, 과학 등 모든 해양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며 "물방울을 형상화한 아름다운 건물 외관도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이곳은 개관 5개월 만에 관람객 100만 명을 달성했고, 이후 매년 평균 100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개관 4년 만인 2016년 8월 누적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 서울의 국립중앙박물관, 민속박물관에 이어 국내 셋째로 많은 방문객 숫자다. 전체 관람객의 56%가 경남, 울산, 대구, 서울 등 부산 이외의 지역에서 왔다. '전국구 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뜻이다.

박물관 1층 현관을 들어서면 조선 후기 경상·전라·충청 수군(水軍)의 합동 훈련 모습을 담은 '수군 조련도'가 손님을 맞는다. 1층엔 해양도서관, 대강당 등이 있다. 도서관엔 해양사, 해양영토, 해양학, 수산, 항만, 항해, 조선 등 해양 관련 도서 1만 2,000여 권이 비치되어 있다.

[年100만명 찾는 살아있는 '바다 백과사전']

바다를 바라보는 입암산(122m) 아래에 자리 잡은 목포자연사박물관은 2004년 9월 공립으로는 국내에서 두 번째로 개관한 자연사박물관이다. 2003년 7월 문을 연 서울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1호' 자리는 내줬다. 하지만 면적(연면적 6,611㎡, 지하 1층·지상 2층)과 전시품 보유(2만 9,731점) 면에선 공립 자연사박물관 중 국내 최대이다. 건립비 224억 원 중 전시품 구입비가 45억 원에 달한 만큼 전시품 마련에 공을 들였다. 매년 평균 42만 명이 찾고 있으며, 13년간 누적 관람객은 652만 명에 달한다.

가장 인기 있는 중앙홀엔 영화 '박물관이 살아있다'를 보는 듯한 대형 공룡 뼈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이 23m짜리 대형 공룡인 디플로도쿠스를 비롯해 알로사우루스, 익룡, 모사사우루스 등 공룡 골격 모형 13점이 전시돼 있다. 1점당 1억 원에서 3억 원이 나가는 복제품이다.

['뼈대있는 집 자식' 다 모였다]

경기도 수원광교박물관은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져 2014년 3월 개관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출토한 유물도 있지만, 개인 수집품을 주로 선보이는 기증 사료관이다. 그러나 전시품의 목록과 가치가 돋보인다. 소강(小崗) 민관식(閔寬植·1918~2006) 선생이 평생 수집한 '민관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개성 출신인 소강은 5선 국회의원, 문교부 장관 등을 지내며 근대사의 무대에서 두루 활동했다. 1964~ 1971년은 최장수 대한체육회장을 맡았고 태릉선수촌을 건립해 한국 스포츠의 기틀을 다진 주역이다. 특히 수집벽이 남달라 학창 시절부터 사소한 물품도 버리지 않고 모았다.

수원시는 2010년 부인 김영호 여사 등 유족으로부터 컬렉션을 기증받았다. 박물관 직원들이 정성을 들여 설득한 덕분이라고 한다. 특히 고인과 수원시의 인연도 도움이 됐다. 소강은 20대 초반에 수원고등농림학교(서울대 농대의 전신)를 다녔다. 1937년 10월 수원의 서호에서 단짝 친구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410점 '민관식 컬렉션'… 한국 현대사 보는 듯]

지난 2010년 3월 26일 서해 백령도 바다에서 초계(哨戒) 임무 중이던 천안함이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아 침몰한 지 7년. 해군은 지난 1월 2일 경기도 평택 2함대 내 전시된 선체 바로 옆에 천안함 내부를 재현해 놓은 추모 공간 천안함기념관을 열었다.

지상 1층, 지하 1층 규모(전체 면적 1,340㎡)인 천안함기념관은 함정의 옆모습과 뫼비우스 띠를 본떠 만들었다. 천안함 46용사와 호국 정신을 끝이 없는 뫼비우스 띠처럼 영원히 기억하자는 의미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니 시침과 분침이 '9시 22분'에 멈춘 대형 벽시계가 보였다. 7년 전 천안함이 피격된 시각이다. 46용사 명패(名牌)를 지나 천안함 내부가 눈앞에 펼쳐졌다. 침몰하기 전 조종실·기관실·식당·침실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각 구역엔 희생된 장병의 숫자가 적혔다.

[9시 22분에 멈춘 천안함 시계… '그날'을 말해주는 듯]

* 그래픽=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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