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점 '민관식 컬렉션'… 한국 현대사 보는 듯

    입력 : 2017.05.04 03:02

    [우리 곁의 박물관] [5] 수원광교박물관

    - 소강 민관식이 기증
    박정희·윤보선이 보낸 편지, 올림픽 등 스포츠 자료도 87점
    이종학실·광교 역사문화실… 어린이 체험실도 갖춰

    故 민관식씨 사진
    故 민관식

    경기도 수원광교박물관은 광교신도시를 조성하면서 만들어져 2014년 3월 개관했다.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출토한 유물도 있지만, 개인 수집품을 주로 선보이는 기증 사료관이다. 그러나 전시품의 목록과 가치가 돋보인다. 소강(小崗) 민관식(閔寬植·1918~2006) 선생이 평생 수집한 '민관식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개성 출신인 소강은 5선 국회의원, 문교부 장관 등을 지내며 근대사의 무대에서 두루 활동했다. 1964~ 1971년은 최장수 대한체육회장을 맡았고 태릉선수촌을 건립해 한국 스포츠의 기틀을 다진 주역이다. 특히 수집벽이 남달라 학창 시절부터 사소한 물품도 버리지 않고 모았다. 서울 한남동 자택에 보관해 온 5만여점의 수집품은 개인의 생애를 넘어 우리 현대사가 축약된 사료로 소문이 났다. 이 때문에 소강이 작고한 뒤 여러 대학과 단체가 유치 경쟁을 벌였다.

    수원시는 2010년 부인 김영호 여사 등 유족으로부터 컬렉션을 기증받았다. 박물관 직원들이 정성을 들여 설득한 덕분이라고 한다. 특히 고인과 수원시의 인연도 도움이 됐다. 소강은 20대 초반에 수원고등농림학교(서울대 농대의 전신)를 다녔다. 1937년 10월 수원의 서호에서 단짝 친구와 함께 찍은 흑백사진도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이 사진은 유족의 결심에 한몫을 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광교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소강 민관식실’에서 선수들의 사인이 적힌 탁구채와 공 등 여러 기증품을 관람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수원광교박물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소강 민관식실’에서 선수들의 사인이 적힌 탁구채와 공 등 여러 기증품을 관람하고 있다. /김지호 기자

    광교박물관이 기증받은 물품만도 2만9451점. 소강의 어린 시절부터 만년까지 보관하고 수집해 온 사진, 수험표, 공부 계획표, 노트, 졸업장, 국회의원 신분증, 여권 등 개인 자료는 물론 정·관계에서 활동하면서 윤보선·박정희 등 역대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편지나 선물, 청와대 만찬 좌석표와 메뉴판,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암스트롱의 편지, 말띠인 그가 해외여행을 하면서 수집하고 선물받은 말 조형물 등 다양한 물품이 포함돼 있다.

    박물관은 이 가운데 410점을 '소강 민관식실'을 따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이 전시실은 면적이 681㎡(약 206평)로 3개 전시실 가운데 가장 크다. 특히 스포츠 관련 자료 87점이 핵심이다. 따로 스포츠 전문 박물관으로 독립해도 될 만하다. 그가 대한체육회장, 올림픽 선수단장 등을 지내며 다양한 수집품을 확보한 데다 학창 시절 탁구·테니스 선수로도 활동했기 때문이다. 1973년 창설한 소강배 테니스대회는 여전히 꿈나무의 산실이 되고 있다. 신혜원 전문위원은 "민관식 선생을 통해 우리나라 스포츠가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소중한 공간이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광교박물관 위치 지도
    우선 1964년 도쿄올림픽부터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까지 그가 수집한 역대 올림픽 기념품이 한쪽 벽면을 차지한다. 배지, 기념주화와 지폐, 출입카드 등이 촘촘하게 붙어 있다. 부인 김 여사가 손수 만들어 자택에 전시했던 패널을 그대로 옮겼다. 선수들로부터 기증받은 물품도 많다. '아시아의 물개' 수영 선수 조오련이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딴 금메달, 쇼트트랙 김동성 선수의 2002년 솔트레이크올림픽 명예 금메달과 기념 배지, 박찬호 선수의 유니폼과 100승 기념 사인볼, 사격 선수 이은철의 소구경 권총과 금메달도 볼 수 있다.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의 친필 사인이 담긴 라켓도 있다.

    광교박물관에는 '사운 이종학실'과 '광교 역사문화실'도 있다. 이종학실은 재야 사학자 사운(史芸) 이종학(李鍾學·1927~2002) 선생이 기증한 옛 서적·문서·지도를 전시한다. 특히 자료 수집과 연구에 주력했던 독도와 금강산 관련 자료, 향토사 자료가 돋보인다. 광교 역사문화실은 광교신도시에서 발굴된 유물과 수원시의 변천을 보여주고 있다. 박물관 탐방·학습 프로그램을 즐기는 어린이 체험실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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