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판박이… "말 걸어볼뻔 했네요"

    입력 : 2017.02.10 03:04

    [우리 곁의 박물관] [1] 밀랍 인형 77개 한자리에… '그레뱅뮤지엄'

    - 15개 테마관
    파리의 그레뱅뮤지엄 分館, 2015년 아시아 최초 문 열어
    실물 크기… 개당 제작비 1억
    '에어포스 원'엔 각국 정상들, '시네마 천국'엔 스타들 즐비

    1882년 프랑스 파리 일간지 르 골루아(Le Gaulois)의 발행인 아르튀르 메이에르(1844~1924)는 불현듯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신문에 그림으로만 나가는 유명인의 모습을 실물처럼 보여주면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메이에르는 무대의상 제작자이자 조각가였던 알프레드 그레뱅(1827~1892)을 불렀다. 그레뱅은 밀랍으로 인형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1882년 6월 5일 그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밀랍 인형을 모아놓은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파리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누적 관람객 6000만명을 불러모은 '그레뱅뮤지엄'이다.

    ◇실물 같은 스타와 추억 만들기

    가수 지드래곤
    가수 지드래곤
    파리의 그레뱅뮤지엄은 2년 전 서울에 아시아 최초의 분관(分館)을 열었다. 2015년 7월 개관한 그레뱅서울뮤지엄(이하 그레뱅)은 전 세계 유명 인사 77명을 밀랍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서울 을지로 옛 미국문화원 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꾸몄다. 가수 싸이와 지드래곤, 배우 김수현과 메릴린 먼로, 화가 파블로 피카소, 프란치스코 교황 등이 15개 테마관에 모여 있다. 최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합류했다. 지난달 20일 입성한 후 인기를 끌고 있다. 17일엔 개그맨 유재석씨가 78번째 인형으로 등장할 예정이다.

    그레뱅뮤지엄은 사람들이 꿈꾸는 순간을 실제처럼 이뤄지게 해주는 마법의 공간이다. 피카소의 화방에서 붓을 잡아보고, 배우 장동건을 레드카펫에서 만난다. 실제라는 느낌을 살려주기 위해 각 테마관에 세심한 장치를 했다. '한국의 위인' 코너에선 가야금 대가 황병기의 산조(散調)를 들으며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만든 한복을 입은 신사임당을 만날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각국 정상이 모인 대통령 전용기 코너는 '에어포스 원(미 대통령 전용기)'을 재현했다. 관람 시간대에 맞춰 비행기 창 밖의 조명 밝기를 조절한다. 영화 '쉘부르의 우산'의 작곡가 미셸 르그랑이 음향 감독을 맡아 소음과 진동까지 에어포스 원과 같게 설계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그레뱅뮤지엄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랍인형을 신기한 듯 쓰다듬고 있다. 트럼프 인형 뒤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인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그레뱅뮤지엄을 찾은 어린이 관람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밀랍인형을 신기한 듯 쓰다듬고 있다. 트럼프 인형 뒤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보인다. /김지호 기자
    '시네마 천국' 코너에서는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와 조지 클루니가 출연했던 영화 '오션스 13'의 한 장면처럼 46인치 터치 스크린으로 룰렛(카지노 게임의 일종)을 해볼 수 있다. '레코딩 스튜디오'에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르는 오페라 아리아 곡목을 맞히는 퀴즈가 나온다. 뮤지엄 측은 관람객이 게임이나 체험을 즐기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해 개인 이메일로 보내준다. 꿈 같은 순간을 간직하라는 배려다.

    ◇개당 1억원… 모발 50만 가닥 심어

    스타를 복제한 듯한 밀랍 인형은 본인의 동의를 받고 만든다. 개당 제작비는 1억원 정도. 조각가, 인공 보철 전문가, 모발 이식사, 화장 전문가, 의상 담당 등 15명이 6개월간 매달린다. 머리카락은 가발이 아니라 인모(人毛)를 쓴다. 인형 하나에 50만올 정도 들어가며, 한 올씩 손으로 심는다. 숙련된 장인도 일주일 이상 걸린다. 분장에만 5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주근깨나 문신, 눈가 주름 등 세세한 부분도 살리는 것이 원칙이다.

    2015년 7월 박물관 개관 당시 자신의 밀랍인형 옆에서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는 박찬호 선수(선글라스 쓴 이).
    2015년 7월 박물관 개관 당시 자신의 밀랍인형 옆에서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는 박찬호 선수(선글라스 쓴 이). /김지호 기자
    인형이 만들어지면 본인이나 대리인의 최종 확인을 거친 후 전시된다. 메이저리거 출신인 박찬호씨는 야구공이 손을 떠나기 직전의 자세로 묘사된 본인 밀랍 인형의 손 각도와 공 위치 등을 직접 점검했다. 옷이나 액세서리에도 스타의 의도를 반영한다. 피겨 스타 김연아씨는 2013년 세계선수권 우승 때 입었던 '레미제라블' 의상을 골랐다. 프로골퍼 박세리씨는 자신이 좋아하는 브랜드의 골프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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