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군의 유일한 핵 추진 항공모함 '샤를 드골'호〈사진〉의 장병들이 무더기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샤를 드골호는 프랑스군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프랑스 국방부는 15일(현지 시각) 1767명의 샤를 드골호 장병 전원을 검사한 결과 최소 668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직 장병 3분의 1에 대한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여서 감염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장병 중 20명이 병원에 입원했고, 그중 한 명은 중환자실에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1월 샤를 드골호를 중동의 테러 세력 IS(이슬람국가) 잔당을 퇴치하는 작전인 '샤말 작전'에 투입했다. 이후 3월엔 발트해로 이동 배치해 덴마크·네덜란드 등과 함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공동 훈련에 참가하도록 했다.

프랑스 언론은 샤를 드골호가 중동에서 발트해로 이동하면서 3월 13일부터 사흘간 프랑스 서부 항구도시 브레스트에 중간 기항했을 때 바이러스가 선내에 침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가 프랑스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프랑스의 이동 금지령은 공교롭게도 샤를 드골호가 발트해로 떠난 바로 다음 날인 3월 17일 발효됐다. 뉴스 채널 BFM은 "브레스트에서 기항할 당시 장병들이 별다른 제약 없이 뭍에 올라 가족·친지를 만나거나 식당에서 외국인 선원들과 섞여 식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3월 말 발트해에서 작전을 펼치던 도중 장병들 사이에서 하나둘 의심 증세가 나타났고, 지난 10일 선내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50명이 한꺼번에 양성 반응을 나타냈다. 놀란 프랑스 국방부는 급히 귀항을 지시했고, 샤를 드골호는 당초 계획보다 열흘가량 빠른 지난 12일 모항(母港)인 지중해의 툴롱으로 돌아왔다.

2001년 실전 배치된 샤를 드골호는 라팔 전투기 24대, 조기 경보기 2대, 해상 헬기 5대 등을 탑재한다. 미국 이외의 나라가 보유한 유일한 핵 추진 항공모함이다. 전 세계의 핵 추진 항공모함은 샤를 드골호를 제외하면 미 해군만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모함이 핵 추진 엔진을 갖추면 거대한 선체를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고, 함재기를 신속하게 발진시키는 데도 유리하다. 러시아는 비용이 부족하고, 중국은 기술이 모자라 아직 핵 추진 항공모함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미 해군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로널드 레이건' '칼 빈슨' '니미츠' 등 핵 추진 항모 4척에서도 코로나에 감염된 승조원들이 나왔다. 특히 루스벨트호에서는 승조원 약 600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고, 1명은 사망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대형 크루즈선이 '떠다니는 바이러스 배양 접시'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항공모함이 이 같은 오명을 듣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