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 시각)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이라고 선언했지만 '뒷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각국에 퍼질 대로 다 퍼진 뒤에 늑장 대응했다는 것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사진〉 WHO 사무총장은 이날 팬데믹을 선언하며 세계 114개국에서 11만80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2009년 6월 신종 플루에 대해 74개국에서 3만명의 환자가 발생한 시점에 WHO가 팬데믹을 선언한 것과 비교하면 시점상 확연히 늦다.
WHO는 지난 1월 30일 우한 코로나에 대해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지만 이후 41일간 "아직 팬데믹 상황에 이르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히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을 비롯해 WHO 수뇌부는 우한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에 대해 "대처를 잘하고 있어 다른 나라들이 고마워해야 한다"고 하는 등 감싸기에 급급해 비판을 받았다.
이 때문에 WHO가 끝까지 중국의 눈치를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출신인 테워드로스는 2017년 중국의 지지를 받아 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친중(親中) 인사다. 중국은 WHO 전체 재정 기여금의 12%를 내고 있고, 테워드로스가 사무총장으로 취임할 무렵 향후 WHO에 600억위안(약 10조4000억원)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의 서명·청원 사이트인 '체인지'에는 중국을 편들며 팬데믹 선언을 주저했던 테워드로스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와 11일까지 전 세계에서 45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찬성했다.
'팬데믹'은 WHO의 전염병 경보 총 6단계 중 최고 단계이다. 그러나 당장 새로운 조치가 취해지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팬데믹은) 용어적인 의미"라며 "팬데믹 선언이 자칫 두려움을 키울 수 있어 (선언에) 신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