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통령 선거의 선거 운동이 본격 시작되면서 TV광고 전쟁도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4대 대선부터 TV 광고를 선거 운동 수단으로 본격 활용했다. 이후 모든 대선에서 TV 광고로 깊은 인상을 남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 됐다는 점만 봐도 TV 광고는 유권자들을 향한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올 대선 후보의 TV광고와 함께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된 14대 대선부터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후보들의 선거 광고 영상을 모아봤다.
19대 대선 후보 TV광고 영상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19일 첫 광고 영상을 공개했다.
문 후보 광고는 '행복한 나라'라는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문 후보 측은 "국민이 꿈꾸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의지와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은 문 후보의 마음이 담겼다"고 했다. 배경음악으로 가수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가 쓰였고, 어린이·청년·중장년·노년 등 다양한 국민들의 모습이 담겼다. '당신이 꿈꾸던 대한민국 문재인이 이루겠습니다'란 자막도 삽입됐다.
홍 후보는 '강한 대한민국'에 중점을 뒀다. 천둥이 치고 미사일이 하늘로 치솟는 와중에 개구리 한 마리가 울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어 홍 후보가 "튼튼한 안보 대통령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다. 당 관계자는 "위기 속에서도 정치권이 당파 싸움에 몰두하는 모습을 '우물 안 개구리' 비유로 꼬집은 것"이라며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했다.
유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을 강조했다. 광고에서 유 후보는 자신의 사무실에 앉아 '공화'와 '보수'에 대해 얘기한다. 유 후보는 영상에서 "(국민이) 송파 세모녀, 구의역 김모군같이 죽어야 하는 것은 공화국이 아니다"며 "공동체를 지키는 것은 보수가 새롭게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TV광고는 21일 공개됐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후보 측은 21일 안 후보 얼굴 없이 글자로만 이뤄진 대선 TV광고를 공개했다. 대선 포스터에 이어 파격적 시도를 이어갔다.
김경진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광고는 오로지 텍스트와 심장을 강력하게 박동시키는 리듬, 두 가지로만 구성돼 있다"며 "기존 선거영상의 공식을 깬 형태로 후보 얼굴 한 번 안 나오는 파격적 시도"라고 밝혔다.
심상정 후보는 그동안 노동운동에 매진했던 후보의 삶을 보여주면서 노동자가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많은 국민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2015년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허리띠 졸라매는게 아니라 국민들 목조르는 것"이라는 일명 '사자후' 영상을 광고에 넣어 심상정 후보의 비전을 강조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 TV광고
14대 : 상도동·새벽 조깅
처음 대통령 선거 광고에서 기업광고 전략을 사용한 사례다. 슬로건을 외치는 단순한 구호성 광고에서 벗어나 후보의 이미지와 성격을 부각시키는 시도를 했다. 김영삼 후보를 나타내는 키워드 '상도동', '새벽 조깅'을 활용하여 서민적이고 성실한 이미지와 내세웠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한국을 창조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후보의 이미지와 비전을 골고루 전달하면서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광고 전략을 사용했다.
15대 : 'DJ와 함께' vs. '승리의 노래'
15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김대중 후보의 선거 광고가 화제였다. DJ DOC의 'DOC와 춤을'을 개사한 'DJ와 함께'라는 노래를 DJT연합(김대중, 김종필, 박태준)과 청년·아이들이 따라부르는 영상은 유권자들에게 친근함을 어필했다. 당시 광고기획과 제작을 맡은 윤흥렬 메시지총괄 팀장은 "DJT연대를 부각시키기 위해 옴니버스기법(여러인물이 차례로 등장하여 흥미를 유발시키는 기법)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세대 대표 가수였던 DJ DOC의 인기곡을 로고송으로 사용함으로써 고령의 김대중 후보가 가지고 있던 딱딱하고, 노회한 이미지를 상쇄시켰다.
이회창 후보 쪽에서도 노래를 활용한 선거 광고를 제작하였다. '위대한 승리'라는 웅장한 분위기의 노래를 만들어 이 후보의 청렴성을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김대중 후보 쪽에서는 후보를 '김대중'이라고 칭하는 노래를 만든 반면 이회창 후보 쪽에서는 ''그분'과 함께 힘찬 한국을 펼쳐가요'라는 가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태도에서 차이를 보였다.
16대 : '노무현의 상록수' vs. '위험과 안전'
16대 대선에서는 '선거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전략들이 눈에 띄었다. 김대중 후보가 유행가를 개사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수준이었다면 노무현 후보는 직접 기타를 들고 대표 민중가요 '상록수'를 불렀다. 그리고 '국민에게만 빚진 대통령' '일으켜 준 분이 국민 여러분입니다'라는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난 후보의 과거를 상기시키면서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한 이 광고는 선거 광고에서는 본 적 없는 형태였다. 상대 진영으로부터 지나친 감상주의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이회창 후보 쪽에서 선보인 광고는 주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부각시키는 광고가 많았다. 가장 대표적인 광고는 '위험과 안전' 편이다.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를 각각 난폭운전을 하는 버스와 모범운전을 하는 버스에 비유하면서 '한순간의 인기가 대통령의 자질이 될 순 없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노무현 후보가 감성에 호소하는 광고를 만들었다면, 이 후보는 상대 후보의 단점을 부각시키면서 유권자들에게 이성적 판단을 호소했다.
17대 : '욕쟁이 할머니' vs. '안아주세요'
17대 대선에서 가장 많이 화제가 된 광고는 대선 기간 내내 지지율 1위를 달리던 이명박 후보의 '욕쟁이 할머니'였다. '욕쟁이' 국밥집 할머니에게 경제를 꼭 살리라는 훈계를 받는 이 후보의 광고는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어냈다.
대부분 선거 광고에서 후보가 어느 정도 꾸며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후보가 본격적으로 연기를 한 것도 처음인 광고였다. 광고를 통해 이 후보는 서민 친화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CEO 출신이라는 자신의 능력을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동시에 강조했다. 당시 한나라당 정병국 선대위 홍보단장이 기획한 이 광고는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서민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사 더보기
반면 정동영 후보는 당시 유행했던 '프리허그' 이벤트 차용하여 여러 사람들이 포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광고를 선보였다. 신인가수 시내의 '안아줄게요'라는 노래를 '안아주세요'라고 개사한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국민의 지친 마음을 안아주고 위로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를 통해 따뜻하고 행복한 나라를 함께 만들자고 말한다.
[이명박·정동영 진영, 선거운동 시작부터 불붙은 광고戰]
18대 : '면도칼 상처' vs. '대선 출정식'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는 면도칼 테러로 인한 상처를 소재로 활용했다. 개인사가 한국 현대사와 겹치는 부분이 많은 박 후보의 상황과 상처를 앞세워 "여러분이 저를 살리셨다. 그때부터 남은 인생, 국민의 상처를 보듬기로 결심했다. 이제 여러분께 저를 바칠 차례다"라는 비장한 목소리의 독백이 깔렸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연설 연습을 하면서 가족과의 일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선거 연설을 준비하는 문 후보의 목소리와 집안에서 일상을 보내는 가족들의 모습이 차례로 비춰지면서 후보의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고 후반부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 담겼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라는 메시지를 후보의 육성으로 전달했다.
[朴은 '면도칼 테러' 文은 '가족과 일상'… 60초 TV광고 경쟁 ]
[비장하게 또는 친근하게…유권자 마음 울리는 TV 선거 광고는?]
촉박한 일정으로 치러지는 19대 대선. 선거 운동은 후보 등록이 끝나는 4월 17일부터 시작한다. 준비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이지만 후보들이 TV광고라는 효과적인 수단을 포기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선거 TV 광고는 선거 운동 기간 딱 30회 방영할 수 있으며 길이는 1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공식적으로 총 30분 동안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셈이다. 이번 대선에는 어떤 후보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일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