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26일 현재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定數)를 90명 가까이 늘리되 세비(歲費)를 절반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회도 비슷한 방안을 제시했다. 당 최고위원회는 논란이 일자 당 차원에서 논의된 바가 없다고 했으나 전체 기류는 증원 쪽에 무게가 실렸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10월 현재 3대1까지 허용되는 선거구별 인구수 편차를 2대1로 맞추라고 했다. 이 결정에 따르자면 여러 방안이 있지만, 아예 의원 수를 늘려 맞추자는 제안이 나온 것이다.
지금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듣는다. 국가 통합과 발전의 견인차가 아니라 국민을 분열시키는 원인이자 국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국회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맹탕으로 만든 데 이어 이제 국가 경제의 사활이 걸린 노동 개혁마저 흐지부지하려는 조짐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이런 국회가 아무런 변화나 반성 없이 의원 숫자만 늘리겠다고 나선다면 국민이 용납하겠는가.
국회의원 증원을 무조건 악(惡)으로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국회만 가면 막히고 변질된다는 개탄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떤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 여야가 자기 당에는 손해가 돼도 국가엔 이익이 되는 결단을 한 번이라도 보여주었다면 국민의 시선은 달라졌을 것이다. 의원 증원 얘기에 앞서 자신들이 가진 특권을 하나라도 포기했더라도 보는 눈이 이렇지는 않을 것이다.
새로운 선거구 획정(劃定)과 관련해서도 여야에서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현 선거구를 이리 떼고 저리 붙여 기존 지역구를 대부분 살리거나 오히려 늘리는 내용이다. 심지어 하나의 기초단체를 두 개의 지역구로 쪼개 붙인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다. 안하무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외에도 현재 정치권에선 여야 모든 정당이 한날한시에 공천자를 유권자 직접 투표로 결정하자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보스 정치 타파의 효과는 있겠지만 현역 의원들 공천이 영구적으로 보장되는 제도란 비판도 적지 않다. 권역(圈域)별 비례대표제 도입도 지역주의 완화라는 좋은 명분이 있으나 어떤 제도든 왜곡시키는 한국 정치의 속성으로 볼 때 부작용도 걱정하게 된다.
이런 제도들은 하나하나가 우리 정치의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칠 것들이다. 수십년 만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번에 잘못할 경우 두고두고 화근(禍根)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복잡한 논란이 벌어지겠지만 무엇보다 누가 당략(黨略)보다 국익을 앞세우는지, 어느 쪽이 그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는지부터 잘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