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그간 북한의 전면전 도발에 대비해 실시해 온 '키 리졸브' 연합 군사훈련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번 훈련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有故) 또는 김정은 후계체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예상되는 북측 내전(內戰) 상태를 염두에 둔 훈련이 포함된다.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과 같은 북측의 국지 도발 대비 훈련도 실시한다고 한다.

한·미 군사 당국이 한반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남북 전면전과 더불어 북한 급변사태를 꼽기 시작한 것은 10여년 전 일이다. 미측은 기존(旣存)의 전면전 대비 작전계획 5027 외에 급변사태 대비 작전계획 5029의 필요성을 김대중 정부에 제안했고, 1999년 작전계획 전(前) 단계의 추상적 시나리오인 개념계획 5029가 만들어졌다. 미측은 이를 병력 동원 및 부대 배치 등 구체적 계획까지 담은 작전 계획으로 발전시키려 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 제의를 거부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던 2008년에 김정일 위원장이 뇌졸중(腦卒中)을 맞은 이후 북 체제는 2, 3년 앞을 내다보기 힘들 만큼 불안정해졌다. 지난해 발생한 천안함·연평도 사건에서 보듯 북한의 국지 도발은 눈앞의 현실이 됐다. 우리는 이제 수십만 북 정규군이 휴전선을 넘어 밀려들 가능성보다, 북 특수부대가 은밀하고 기습적으로 서해 5도에 침투해 오거나, 북의 정세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핵무기가 극렬분자들 손에 흘러들 가능성을 더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한·미는 30년 지속된 안보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북한의 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양국 연합 군사훈련 방식을 시도할 때가 된 것이다.

그러나 한·미 양국 특히 한국은 새로운 한·미 연합군사훈련 방식 도입으로 해서 조성될지도 모를 상황에 대한 외교적·정치적 대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북한의 생리(生理)로 보면 자신들의 지도자 유고시 염려되는 핵무기 유출사태에 대한 비상통제훈련을 대북 적대(敵對)행동이라며 크게 반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한·미가 북의 급변 사태에 대비한 공동 행동을 굳혀갈수록, 북이 중국 쪽으로 한층 더 기울어 가는 연쇄 반(反)작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북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이유만으로 현실적 위협에 대비하는 자세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북의 군사적 위협만을 겨냥한 대책으로 남북 대화의 기반 자체를 손상시키는 일도 피해 가야 한다. 모순(矛盾) 같지만 이것이 한반도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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