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구제역 가축 매몰지 주변에 지하수 상태를 측정하는 구멍을 뚫어 침출수가 유출되면 경보가 자동적으로 발령되게 하고, 매몰지 300m 이내에서 지하수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전문가 팀을 구성해 3년간 매몰지 관리에 나서겠다는 매몰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4600여개 매몰지의 상당수가 허술하게 만들어진 것으로 이미 확인됐다. 경기도가 조사한 1844곳 매몰지 가운데 149곳이 지침을 어기고 하천으로부터 30m 이내에 조성됐고, 급(急)경사 지역도 85군데에 달했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의 경우 북한강으로 흘러드는 묵현천 물가에서 3m밖에 안 떨어진 곳에 가축을 묻었다. 침출수가 새어나오면 곧장 한강으로 흘러들 수밖에 없다.
축산농가들은 주민들 거부감 때문에 살처분 가축 사체를 대부분 자기 소유 농장 부지에 파묻게 되는데 농장이 하천 옆에 자리 잡은 경우가 적지 않다. 경남 김해 한림면의 경우 대부분이 하천과 맞닿은 농장 마당에 돼지를 묻었다. 서툴게 서두른 탓에 죽은 새끼돼지의 다리나 몸통이 바깥으로 드러나기까지 했다. 하천이 범람하거나 큰비가 오면 많은 돼지 사체들이 통째로 하천으로 떠내려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가축 사체에서 번식한 어떤 유해 세균이 하천을 오염시킬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하천변 매몰지는 매몰 장소와 하천 사이에 철판을 대거나 구멍을 파 콘크리트를 붓는 방법으로 차단벽(壁)을 만들어야 한다. 경사지라서 폭우 때 붕괴 위험이 있는 곳은 힘들더라도 파묻은 가축 사체를 다시 옮겨 묻어야 한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15일의 시·도지사 대책회의에서 "300평 규모로 깊이 6m의 대형 콘크리트 매몰시설을 만들면 돼지 9만 두를 처리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검토해볼 만한 아이디어다.
위생·환경 면에선 800~900도의 고온 소각 방식이 가장 안전하다. 그렇지만 하루 소 40마리, 또는 돼지 300마리밖에 처리하지 못하는 이동식 소각시설로는 이번과 같은 전국적 구제역엔 대처하기 힘들다. 소각처리는 냄새와 배기가스 때문에 주민들의 반발 가능성도 크다. 앞으로 구제역만이 아니라 AI 같은 가축 전염병도 수시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정 규모 이상 중대형 축산 농가들에 침출수 오염과 붕괴 위험이 없는 매몰지 확보를 의무화하고, 정부나 지자체가 여기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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