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미해결 사건으로 남을 뻔했던 경기 서남부 여성 연쇄실종 사건은 경찰이 범행 현장에서 발견한 각종 증거를 바탕으로 피의자 강호순을 집중 추궁한 결과 충격적인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강호순은 지난 2006년 12월 13일 경기 군포시 산본동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만난 피해자 배모씨(45)를 성폭행하고 스타킹으로 목 졸라 죽이고 야산에 암매장하는 등 작년 12월까지 7명의 여성을 살해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군포 20대 여성 살인혐의로 체포된 강호순은 처음에는 다른 사건은 모른다고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피해자의 손가락을 절단하고 자신이 타고 다닌 차량을 불태우는 등 철저히 증거를 인멸하고 완전범죄를 시도했다. 평소에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라 처음 보는 여성을 범죄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면식범 위주로 수사를 시작한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르지도 않았다.
하지만 경찰은 끈질기고 치밀한 수사로 용의자를 찾아냈다. 미국의 인기 범죄드라마 CSI와 비슷한 과학수사의 개가였다. 경찰은 군포 20대 여성 살해현장 주변을 지나간 차량 7000여대를 일일이 탐문수사해 강호순을 발견했다. 경찰은 강호순이 군포 여성 범죄사건에 사용하지 않은 자신의 무쏘 차량을 어머니 명의의 에쿠스 차량과 함께 불태운 점, 강호순이 부녀자 연쇄실종사건 피해자들의 휴대폰이 마지막으로 꺼진 화성시 비봉면에서 2000년~2002년까지 산 적이 있고, 강호순의 축사 거주지 생활반경 등이 연쇄실종사건의 지역과 일치하는 점 등에 착안해 수사망을 좁혀갔다.
그간의 실종사건이 군포 여성 사건과 비슷했던 점도 강호순이 연쇄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에 무게를 더했다. 연쇄실종사건 중 박모, 연모, 김모씨 사건은 군포 여성처럼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실종됐다. 또 피해자를 스타킹으로 목 졸라 살해하고 옷을 모두 벗긴 채 암매장하거나 야산 비탈길에 시신을 놓고 흙을 덮어 매장하는 방법 등이 동일했다.
경찰은 2007년 1월 3일 박 모씨가 실종됐던 화성 신남동 일대에서 강호순의 휴대폰 통화기록이 있는 점을 찾아냈다. 또 그의 트럭에서 발견한 점퍼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 조사한 결과 2008년 11월에 실종된 김 모씨와 동일한 DNA가 확인됐다.
이 같은 일련의 증거를 들이대고 자백을 권유하자 강호순은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범행 사실을 모두 털어놓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강호순이 저지른 다른 범죄가 더 있는지 여부를 계속 수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