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지역 부유층을 대상으로 이른바 '귀족계'를 운영하던 계주가 잠적해 유명해진 '다복회(多福會)'의 전체 회원과 곗돈 운용 규모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본지 11월 12일자 보도 )
계(契)는 친목이 아니라 목돈 마련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당연히 수익률이 높아야 많은 계원(契員)을 모을 수 있다. 그렇다면 계는 별다른 투자도 하지 않는데 수익률을 낳을 수 있을까? 단적으로 말하면 돈이 급히 필요해 선(先)순위로 곗돈을 타는 사람들이 이자를 많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가장 일반적인 '번호계'의 원리를 살펴보자. 20명이 매달 20만원씩 20개월을 붓고 월 이자를 0.5%로 정한 계라는 조건일 경우다. 실제 계의 운영에서는 사소한 규정이 다 다르지만, 단순화하면 월 이자는 곗돈의 0.5%인 2만원이다. 곗돈을 탈 번호는 1번부터 20번까지 정한다.
이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은 1번을 받아 400만원을 받고, 그 다음 번 모임부터는 후(後)순위에게 줄 이자 2만원을 덧붙여 22만원을 낸다. 2번은 402만원을 받고, 그 다음 번 모임부터 후순위에게 줄 이자 2만원을 덧붙인 22만원을 낸다. 맨 마지막 20번은 438만원을 받는다.
이 계에서 20개월 동안 1번이 모두 낸 돈은 438만원이고, 20번이 낸 돈은 400만원이다. 많은 이자를 내더라도 선순위의 번호를 타는 사람은 급전을 받을 수 있고, 이자를 적게 내는 후순위 사람은 목돈을 받는 것이다. 결국 선순위의 사람이 후순위 사람의 이자를 책임지는 구조다.
'낙찰계'는 처음에 이자와 번호를 정하지 않고 계의 참가자와 기간 정도만 정한 뒤 타고 싶은 곗돈을 써내서 번호와 이자를 정하는 계다. 위의 예를 이용하면 돈이 급한 사람이 400만원을 써서 내 앞순위를 받고 20개월 뒤 목돈을 벌고 싶은 사람은 438만원을 써서 맨 마지막에 돈을 받는 것이다.
원리는 앞순위가 뒷순위의 수익을 책임진다는 점에서 번호계와 똑같지만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낮은 곗돈을 써서 낼수록 뒷순위로 곗돈을 타는 사람들의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점은 다르다.
사실 계의 작동원리는 은행이 여윳돈이 있는 사람에게 예금을 받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대출을 주는 것과 똑같다. 그러나 중간에 계원이 이자를 부담하지 못하거나 계주가 도망을 가면 뒷순위 사람이 돈을 못 받는 위험한 사(私)금융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