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극약처방

매니져들은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불만 많고 열정 없는 멤버를 솎아내는 게 그것이다. 영원한 것은 <나인뮤지스>라는 팀이지, 그 멤버까지 영원할 필요는 없었다.

갓 데뷔한 신인들에게 충격요법이 필요한 시기라고 매니져들은 판단했다. 그들은 또 다른 뮤즈를 찾아 다녔다. 노래와 춤에 익숙하고, 얼굴과 몸매까지 아름다운 여성을 구하는 일은 불가능한 미션으로 보였다.

우리의 판단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매니져들이 새로운 뮤즈를 찾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들이 발굴한 예비 멤버의 이름은 현아다.

교통사고가 났다. 전국을 찾아다니는 무리한 공연일정 때문이었다. 스타제국엔 비상이 걸렸다.

방송 및 공연 스케줄에, 드림콘서트 출연까지 예정됐다. 아시아 전역에 방송되는 드림콘서트는 말 그대로 ‘꿈의 무대’다. 신주학 사장은 신인 걸 그룹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려고 그 동안 많은 고생을 해왔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었다.

타박상 입은 멤버들은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춤과 노래를 연습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재경은 입원을 핑계로 연습실에 나오지 않았다. 매니져들은 결국 재경을 도려내기로 결정했다. 빈 자리는 예비 멤버인 현아가 차지할 것이다.

재경이 <나인뮤지스>에서 쫓겨난 날. 그녀의 오랜 친구, 세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재기의 길은 멀었다. 전국을 몇 바퀴 돌았고, 최전방의 군부대에서 위문공연을 수십 번 했다. 드림콘서트에도 출연했다. 그럼에도 <나인뮤지스>의 인지도는 올라가지 않았다.

전국의 지역행사를 돌아 다니는 일상은 계속됐다. 밑바닥을 긁어서 인기를 얻는 작업을 멈출 수 없었다. 행사 하나를 마친 아이들은 무대 의상을 입은 채 헐레벌떡 뛰어서 다음 행사로 향했다. 하이힐을 신어서 달리기 힘들었지만, 걸어 다니면서 모든 일정을 채우는 건 불가능했다.

다음 공연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소녀들은 밥을 먹고 잠을 잤다. 지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조금씩 풀었다. 리더 자리를 빼앗긴 세라가 라나에게 말했다. "언니의 그 멋진 몸매가 부러워요." 라나가 대답했다. "나는 네 목소리가 부러운 걸."

멀미가 심한 세라는 앞자리에, 잠에 취한 라나는 뒷자리에 앉았는데 서로의 칭찬을 들은 두 소녀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빙그레 웃었다. 멤버들은 서로 미워하기에 너무 지쳐서, 서로 안타까워하는 것 같았다.

스타제국 신주학 사장이 승부수를 던진 것은 같은 시기였다. 두 번째 노래, <Ladies>를 내놓고 홍보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이를 악물고 방송에 나섰다. 데뷔무대와 달리 멤버들의 눈에는 독기가 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