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데뷔

아이돌 스타가 되기 위한 훈련은 단지 춤과 노래에 그치지 않았다. 언론 인터뷰를 대비한 연습 역시 스파르타 방식으로 이뤄졌다. 매니져는 쉬지 않고 질문을 던졌고, 아이들은 준비한 답변을 열심히 외워서 대답했다. 최신 패션 트랜드, 외국어 회화는 틈틈이 배웠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에 연습한 결과를 체크 받았다.

몇 년간 연습한 소녀들에게 뮤직비디오 촬영 소식이 전해졌다. 어느 무더운 날의 저녁이었다. 아이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성을 질렀다. 많은 돈을 들여서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는 건, 지루한 연습생 시절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는 의미였다.

막상 맞닥뜨린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은 만만치 않았다. 2박3일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진 촬영 기간 동안, 소녀들은 잠을 자지 못했다. 아이들은 날카로워졌다. "앨범 컨셉트가 맘에 들지 않아요." "노출이 너무 심해요."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데뷔 이전부터 불만을 말하는 ��� 금기사항이었다. 매니져들은 대책회의를 열었다. 보다 더 강하게 훈련을 시켜서 <나인뮤지스> 멤버들의 정신상태를 다잡겠다는 결정이 나왔다.

스트레스는 전염병처럼 퍼졌다. 그것은 매니져와 연습생을 가리지 않았다. 연이은 불만 표출에, 연습실 이탈 사태까지 발생하자 매니저들은 리더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세라의 자리는 라나에게 돌아갔다. 세라는 억울했고 라나는 미안했다.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세라와 현주가 마주했다. 데뷔 전 날이었다. "난 데뷔만 하면 모든 게 즐거울 것 같았어. 근데 왠지 그렇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들어." 현주의 난데없는 고백에 세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둘은 서로를 껴안고 한참 울었다.

멤버 가운데 막내인 민하의 아버지가 연습실을 찾아온 건 그쯤이었다. 그는 차마 스타제국 건물로 들어가지 못했다. "아이들 연습에 방해되니까요." 아버지는 길거리에 서서 한참을 서성였다.

마침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춤추는 딸의 모습이 창문 너머로 보였다. 그는 연신 얼굴을 소매로 닦았는데 가로등을 적신 비 때문인지, 데뷔무대에 나설 외동딸이 안타까워서인지 우리는 알지 못했다.


데뷔곡 'No, Playboy!'의 순위는 100위권 밖을 맴돌았다. 참담한 실패였다. 10억 원을 넘게 투자한 <나인뮤지스> 프로젝트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스타제국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결론은 단순했다. 전국 방방 곡곡의 지역 행사를 찾아 다니며 인지도를 올리는 것, 매니져들의 표현으로 "밑바닥을 긁어서 인기를 얻는 방법"이었다.

매일 경상도와 전라도, 강원도와 충청도를 오가는 강행군이 시작됐다. 힘겨운 생활이 계속되자 멤버들은 서로에게 품었던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혜민이 결석을 한 다음 날이었다. 몸이 아파서 연습실에 나오지 않고 행사에 빠진 그녀 덕분에 다른 멤버들은 호된 질책을 들어야 했다. 혜민이 연습실에 다시 나타났지만, 아무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연습실 한 켠에 앉은 그녀는 혼자 핸드폰만 쳐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