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이 면접관 선택해요… 청년이 웃는 일본

지난 1일 오전 10시 일본 수도권 지바(千葉)시에 있는 국제회의장 마쿠하리멧세는 내년 봄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 3만1000명이 북적댔다. 일본 최대 취업 박람회 '마이나비 취업엑스포'가 개막했다.

    입력 : 2017.03.07 03:15

    ['잃어버린 20년' 넘어 부활한 日本] [1] 취업난 아닌 구인난

    올해 대학 졸업생 85%가 취업… 日기업들 '인재 모시기' 경쟁
    20년새 20代인구 600만명 줄었는데 호황으로 일자리는 넘쳐

    지난 1일 오전 10시 일본 수도권 지바(千葉)시에 있는 국제회의장 마쿠하리멧세는 내년 봄 졸업하는 취업 준비생 3만1000명이 북적댔다. 일본 최대 취업 박람회 '마이나비 취업엑스포'가 개막했다.

    잠실야구장보다 두 배 넓은 공간(5만4000㎡·1만6000평)에 630개 업체가 부스를 차렸다. 도요타·히타치·미쓰이스미토모은행 같은 대기업은 물론 IBM 같은 다국적 기업, 일본연금기구와 경시청 등 공기업과 공공 기관이 진을 쳤다. 수도권 히노(日野)시 공무원들은 아예 지하철역과 행사장 사이 길목을 지키며 채용 시험 안내문을 돌렸다.

    "마음에 드는 면접관 고르세요" - 지난 1일 일본 최대 취업 박람회가 열린 지바(千葉)시 마쿠하리멧세에서 의료기기 회사 '에란' 직원들이 회사를 소개하고 있다. 이 회사의 한 직원이 취업준비생들에게 면접관들의 얼굴과 이름이 들어간 팸플릿을 보여주며“올해부터 지원자가 면접관을 고르는 '역(逆)선택'을 한다”고 안내하는 모습. /김수혜 기자
    장내는 취업 준비생이 좁은 문을 뚫으려고 발버둥치는 자리가 아니었다. 기업이 사람을 뺏길세라 안달하는 자리였다. 기업들은 입사 5년 차 미만 직원들을 대거 투입해 "우리 근로 조건이 더 좋다"며 취업 준비생을 붙잡았다. 다이이치생명보험이 "우리 회사 여직원은 눈치 안 보고 출산 휴가 간다"고 하자, 다이와증권은 "우리는 남자 사원도 73%가 육아 휴가 간다"고 맞섰다.

    중소기업도 기를 썼다. 연 매출 2472억엔(약 2조5000억원)인 부동산 중개회사 '오픈하우스' 부스에서는 4년 차 영업사원 가와카미 이큐(川上生)씨가 "도쿄증시 상장 기업 중 성장률 1등"이라고 외쳤다. 이 기업은 수도권 부동산 붐을 타고 최근 5년 사이 연 매출이 4배가 된 회사다. "대기업 가면 10년 차도 말단인데 우리 회사는 4년 차인 제가 벌써 채용 담당입니다. 성장하는 회사에 들어와야 여러분도 큽니다."

    연 매출 90억엔(약 915억원)인 의료 기기 회사 '에란'은 "우리는 올해부터 지원자가 면접관을 '역선택'한다"며 면접관들 얼굴과 실명이 찍힌 팸플릿을 돌렸다. 영업사원 미나구치 도모미(水口友美)씨는 "면접관이 편해야 지원자가 혼네(本心·본심)를 말할 수 있다"며 "우수한 지원자를 한 명이라도 더 뽑고 싶다"고 했다.

    일본 기업들이 이처럼 인력 채용에 열을 올리는 현상은 '경제'라는 수요 요인과 '인구'라는 공급 요인이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살아나면서 사람 뽑는 회사는 늘어나는데, 인구 구조 변화로 일을 할 수 있는 젊은 인력은 크게 감소한 탓이다. 1995년 1868만명이었던 일본의 20대 인구는 2015년 1275만명으로 20년간 600만명가량 줄었다.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이달 말 졸업하는 대학생 중 85%가 지난 연말 전에 취업했다. 1997년 조사 시작 후 최고 기록이다. 야나기마치 이사오(柳町功) 게이오대 교수는 "일본은 이제 취업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끝모를 장기 불황의 터널 속으로 진입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미 '잃어버린 20년'에서 빠져나와 질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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