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21만엔, 중소기업은 20만엔

"일본 친구들은 토익 점수에 목을 매거나 취업이 안 돼 졸업을 미루지 않았어요. 그래도 다이와증권·골드만삭스 같은 회사에 쑥쑥 들어갔습니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친구도 박탈감이 덜했어요." 일본 사립대를 졸업한 후 LG화학에 합격한 이종석(26)씨는 이 세 가지 점이 부러웠다고 했다.

왜 그럴까.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일본이 장기 불황을 겪긴 했지만 대기업 숫자도 우리보다 훨씬 많고, 중소기업도 여전히 탄탄하다"고 했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일자리가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한국은 작년에 매출 1조원 이상을 올린 기업이 300개가 채 안 됐다. 반면 일본은 매출 1000억엔(약 1조원) 이상 기업이 900개가 넘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적은 점도 일본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일자리 비율은 한국(24:76)과 일본(30:70)이 엇비슷한데, 우리는 양쪽 사이에 가파른 '임금 절벽'이 있다. 일본은 대기업 직원이 100엔 받을 때 중소기업이 82엔 받는다. 신입 사원 평균 월급은 대기업이 21만엔, 중소기업이 20만엔으로 불과 1만엔 차이다. 그러다 보니 중소기업 취업을 부정적으로 보거나 기피하는 분위기가 적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비율이 100대62 수준이다. 신입 사원 땐 100대57로 차이가 더 크다(고용노동부·전경련·경총·일본 중소기업청).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우리 현실은 장기 불황 때의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고 했다. 경제 규모도, 국민소득도, 기업 경쟁력도 1990년대 일본보다 못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안 보이는데 몇 안 되는 좋은 일자리를 놓고 우리끼리 '의자 뺏기' 게임을 하듯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