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미술가 피에로 만초니(Piero Manzoni·1933~1963)는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연금술사다. 대변으로 황금보다 값진 것을 만들었으니 말이다. 1961년 “네 작품은 똥”이라는 아버지 말을 들은 만초니는 통조림 깡통에 자기 똥을 30g씩 나누어 담은 ‘작품’ 90점을 만들어, ‘신선하게 생산, 보존했다’는 라벨을 붙였다. 작품 가격은 30g에 해당하는 금 시세라는데, 라벨에 이탈리아어, 불어, 독일어, 영어를 모두 쓴 걸 보니 해외 수출도 생각했던가 보다.
1961년에 금 30g은 37달러. 지금 환율로 4만원을 조금 웃도는 금액이었다. 지난 2016년, '예술가의 똥 69번'이 4억원에 팔렸다. 역대 최고가라는 요즘 시세로 계산해도 금 30g은 고작 220만원이다. 금값이 55배 오를 때, '예술가의 똥'은 1만 배가 뛰었다. 놀라운 '똥 값'이 아닌가.
만초니는 전통적인 재료의 구속에서 벗어나 혁신적 미술을 추구하던 전위예술가였다. 예술가의 창조 행위를 거친다면 대리석에 비해 지푸라기가 보잘것없을 리 없고, 캔버스가 화구(畵具)인데 목화 솜이 안 될 리 없다는 것이다. ‘가치’란 특정한 물질에 본질적으로 내재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욕망과 시장의 법칙에 따라 정해진 것일 뿐이니, 금값이 끝없이 변하는 것도 그 증거라는 게 만초니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만초니라는 한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물질이란 똥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똥을 예술로 보존하기로 했다. 통조림에 대변을 담아준 건 다름 아닌 만초니의 아버지. 그가 마침 통조림 공장 사장이었다고 한다. ‘작품이 똥’이라고 했다더니, 역시 아버지 말씀은 다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