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3년 5억원대 초반에서 7년 만에 배(倍)로 뛴 것이다. 12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가구당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9만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7억125만원)과 비교하면 2년 7개월 새 3억여원이 올랐다.
서울 아파트 값 상승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광진구 등이 주도했다. 강남구는 20억1776만원으로 20억원을 처음 넘어섰고, 서초구도 19억5434만원으로 20억원에 육박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과 코로나 확산 여파가 겹치면서 올 상반기 잠시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값은 6월 2일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달 3일(상승률 0.04%)까지 9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정부는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점차 안정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11일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6월부터 적극적인 정책을 펴면서 7월 하순 이후부터 서울 주택 가격, 특히 강남 4구는 뚜렷하게 상승 폭이 축소됐다"며 "모레(13일) 발표될 (한국감정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강남 4구 주택 가격 상승률은 사실상 '제로(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실장 말처럼 서울 아파트 값 상승 폭이 둔화했다는 통계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장 안정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계속된 부동산 대책과 투기 단속으로 지금 시장은 사실상 '거래 절벽' 상태이기 때문에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면 아파트 값 상승세가 주춤해졌다가 다시 오르는 양상이 반복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서울에서는 아파트 거래가 256건 이뤄졌다. 일일 평균 21건으로, 지난달(288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강남 4구 일평균 거래는 4.3건에 불과하다. 아파트 실거래 신고 기간이 '계약 후 30일'이기 때문에 이 수치는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급감한 것은 분명하다고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송파구 S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기간이 6월 말로 끝나면서 매물이 사라진 데다, 최근 집값이 워낙 많이 뛰었고 정부의 투기 단속까지 강화되면서 수요자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과거에도 굵직한 부동산 대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집값 상승세가 둔화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며 "이번에도 누적된 규제와 투기 단속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잠깐 주춤할 수는 있겠지만 시장 매물을 늘리는 대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집값이 다시 튀어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집값을 확실히 잡겠다며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부동산 투기 감시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현준 국세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과열 양상을 보이는 수도권과 세종시 등에 대해 현재 경찰청과 국세청이 벌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특별수사팀을 편성해 지난 7일부터 100일간 부동산 불법 거래 특별 단속에 들어갔다. 정부는 9억원 이상 고가 주택 거래에 대한 감시 강도도 끌어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