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1만5000여 명이 지난 7일 파업했다. 현재 3058명인 의대 정원을 400명 늘려 10년간 유지하겠다는 보건복지부 발표가 지난달 말 나오자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은데 과잉 진료만 늘어날 것"이라며 전공의 70%쯤이 연가를 내고 진료를 보지 않았다.
회사 사원, 대리쯤 되는 젊은 의사들 파업으로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에선 전문의들이 차트 작성, 처방 같은 후배들 일을 대신하면서 아이를 받았다고 한다. 일부 환자들은 외래 진료를 미루는 등 불편을 겪었다.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도 오는 14일에 총파업을 하겠다고 했다.
물론 의사들도 근로 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할 권리가 있다. 프랑스 의사들이 2015년 "진찰료를 올려달라"며 파업 했고, 이스라엘 의사들은 2010년 "사람을 늘려달라"며 가운을 잠시 벗었다. 하지만 경증 환자에게 과도한 처방이 이뤄져선 안 되듯, 국내 의사들의 이번 파업이 불가피한 극약 처방이었는지 의문이다. 복지부가 내놓은 의대 증원 규모나 증원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의 상황이었는지 환자들은 알 길이 없다.
의사 파업에는 늘 "환자를 볼모로 했다"는 비난이 따르고 의사들은 "그럼 우리는 파업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한다. 하지만 시점과 방식 모두 공감을 얻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에 수해까지 겹친 비상시국에 전공의들은 응급실과 중환자실, 분만실 등 필수 인력까지 포함한 파업을 했다.
변호사는 변호사라고 하지만 의사는 나이가 환자보다 어려도, 눈앞에 없어도 '의사 선생님'이라고 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그만큼 '내 몸을 믿고 맡긴다'는 존중이 유독 강하다. 이번 파업을 포함해 의료계가 이 같은 환자들의 존중에 부응했는지도 돌아볼 일이다. 경북 소재 의대를 나온 졸업생 10명 중 9명은 이 지역을 떠날 정도로 지역 의사를 기피하고 있다. 필수 전공인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전공하겠다는 의대생이 매년 부족해 난리다. 해군이 배를 안 타겠다고 하고 공군이 비행기를 몰지 않겠다고 하는 격이다. 의료계는 "지방 기피 현상은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고 '내외산소' 미달은 진찰료 인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런 주장을 꼭 가운을 벗고 관철시켜야 하는지 궁금하다.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지역의사 10년 복무제 등 복지부의 세부 대책이 탁상행정이라는 의료계 주장에는 전문가와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
의사들이 헌신과 사명감만으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국민은 꽉 막혀 있지 않다. 하지만 환자 건강을 챙기는 집단이 공무원이 아니라 의사 선생님들이라고 믿고 있는 국민을 파업 의사들은 얼마나 염두에 두었는지 돌아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