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최근 휴가철을 맞아 야외 캠핑장을 다녀온 여섯 가족 18명 중 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자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여행지, 해변, 캠핑장, 유흥 시설, 식당과 카페에서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마스크 착용과 거리 두기, 방역 수칙을 준수해 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지며 마스크 안에 땀이 차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다. 이럴 때 무작정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하라면 자칫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까 두렵다. 정 본부장이 언제 어디서나 과하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주문한 것은 아니다. 다만 휴가철이라고 긴장을 풀면 훨씬 더 고통스러운 가을과 겨울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전으로 들어가는 마당에 ‘슬기로운 마스크 생활’이 필요하다.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를 정반대로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내는 익숙한 공간이라고 생각해 은근슬쩍 마스크를 벗었다가 건물 밖으로 나서며 마스크를 쓰는 사람이 많다. 특별히 혼잡한 곳이 아니라면 길거리를 걸으며 공기 중에 떠다니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될 확률은 거의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깝다.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마스크를 벗고 인사하고 마주 서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도 있다. 저만치서 아는 분이 걸어오면 오히려 얼른 마스크를 꺼내 써야 한다. 그가 어젯밤에 클럽에 다녀왔는지 알 게 뭔가?

다시 한번 정리하자. 열린 야외 공간에서는 굳이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밀폐된 공간이나 야외라도 밀집된 상황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한다. 여럿이 가까이 붙어 있으면 야외에서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 하지만 예로부터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 했다. 주야장천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정작 써야 할 때는 턱에 걸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