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입이 달린 얼굴에 심장과 팔다리가 있는 걸 보아 사람 같기는 하지만 기괴하기 짝이 없는 이 그림 제목은 ‘우아한 시체’다. 그림만큼이나 섬뜩한 제목인데, 사실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놀이다. 초현실주의 예술가인 맨 레이(Man Ray·1890~1976),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1896~1966), 이브 탕기(Yves Tanguy·1900~1955), 막스 모리스(Max Morise·1900~1973), 네 사람은 종이 한 장을 네 단으로 접은 뒤 하나씩 돌아가며 사람 몸의 한 부분씩만 그렸다. 서로의 그림을 보지 못한 채, 머리, 가슴, 배, 다리를 따로따로 그린 다음 펼쳐 보니 이처럼 기상천외한 인물이 나타났던 것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영감을 얻어, 이성의 지배를 벗어난 무의식 세계를 표출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미 정규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지성인들이 뼛속까지 파고든 기존 예술의 기법과 사회 통념과 문명화한 자의식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그려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들은 한데 모여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는' 여러 방법을 개발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우아한 시체'다. 1925년 즈음, 앙드레 브르통이 친구들과 모여 각각 주어와 서술어, 목적어와 형용사를 적기로 하고 한데 합치니 '우아한 시체가 새 포도주를 마시겠다'는 문장이 됐던 것. 이후 그들은 '우아한 시체 놀이'를 즐겼다. 엉뚱한 상상과 호기심, 웃음과 전율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문장과 그림은 혼자서는 도저히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창의성이란 이처럼 기존 것들을 기발하게 조합하는 데서 나오는 집단의 능력이다. 물론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