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국내외에서 유일한 노트북·PC 생산 라인인 중국 장쑤성 쑤저우(蘇州)시 공장을 폐쇄한다.
2일 IT 업계와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법인인 쑤저우삼성전자컴퓨터유한회사(SESC)는 지난달 29일 직원 설명회에서 8월 말부터 노트북·PC 조립·생산을 중단하고 대규모 감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현지법인은 시장 점유율 하락과 경쟁 격화를 생산 라인 폐쇄 이유로 들었다. 삼성전자는 노트북·PC 생산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쑤저우에는 연구개발(R&D) 조직만 남겨 PC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쑤저우 공장은 지난 2002년 9월 설립됐다. 삼성전자는 2005년 국내 노트북·PC 생산 라인을 쑤저우로 이전했다. 2만6000㎡ 크기의 쑤저우 공장에는 2012년 한때 6500여명이 근무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 PC 산업 축소 등 여파로 생산량은 지속적으로 줄었고, 직원도 작년 1701명으로 감소했다. 2013년 컴퓨터 제품 수출은 264억위안(약 4조5056억원)으로 중국 수출 기업 22위를 기록했지만, 2018년 75억6000만위안(약 1조3000억원)으로 감소해 순위도 155위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최근 2년 사이 쑤저우 공장을 포함해 4개 생산 라인을 중국에서 철수하게 됐다. 2018년 4월과 12월 선전(深圳)·톈진(天津)에 있는 스마트폰 공장을 철수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중국 내 유일한 스마트폰 생산 라인인 광둥성 후이저우(惠州)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왕이닷컴 등 현지 언론은 "삼성전자 제품이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점이 생산 라인 폐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PC 제품은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스마트폰은 시장 점유율이 1% 미만이고, PC 제품은 레노보·화웨이·델·HP 등에 밀려 상위 8위에도 끼지 못하고 있다.
쑤저우 생산 라인 폐쇄를 두고 중국 현지에서는 "지역 경제가 초토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삼성전자 후이저우 스마트폰 공장이 폐쇄된 후, 인근 업체 60%가 문을 닫고 광둥성 내 관련 공장 100여곳이 생산을 중단하는 등 경제적 타격이 컸다.
쑤저우 공장 폐쇄로 1000명 안팎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 분쟁과 코로나 여파로 사상 최악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중국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왕이닷컴은 "삼성이 쑤저우에서 PC 생산을 중단할 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까지 해외로 이전할 전망"이라며 "잇따른 엑소더스(대탈출)에 지역 경제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