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카페] 300년 만에 밝혀진 정자의 진짜 운동

입력 2020.08.01 09:27 | 수정 2020.08.01 09:29

꼬리 한쪽으로만 움직이며 몸통 회전해 직진

정자의 이동 모습 시뮬레이션.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지만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정자의 이동 모습 시뮬레이션.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지만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성교육 시간에 본 영상에서 정자는 꼬리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뱀장어처럼 이동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정자가 한쪽으로만 꼬리를 움직인다는 사실이 300년 만에 처음으로 밝혀졌다. 다만 정자가 이동하면서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우리 눈에 좌우로 대칭 운동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영국 브리스톨대의 헤르메스 가델하 교수 연구진은 3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정자가 꼬리를 비대칭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동영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300년 이어진 정자 운동이론 바뀌어

네덜란드 과학자인 레벤후크는 1677년 아내와 잠자리를 가진 직후 자신의 정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그는 나중에 “정자가 물에서 뱀장어가 움직이듯 뱀과 같이 이동한다”고 묘사했다. 이는 지금까지 정설로 이어졌다.

가델하 교수 연구진은 1초에 5만5000번 촬영이 가능한 입체 카메라로 정자의 움직임을 찍었다. 동시에 시료를 아래위로 고속 이동시켜 꼬리의 여러 부분에 초점을 맺을 수 있는 현미경도 사용했다.


정자의 이동모습 시뮬레이션 영상, 고속 카메라 촬영 결과 정자는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지만 몸통을 회전해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정자의 이동모습 시뮬레이션 영상, 고속 카메라 촬영 결과 정자는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지만 몸통을 회전해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고속 카메라와 입체 현미경에 나타난 정자의 모습은 뱀장어처럼 꼬리를 좌우 대칭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한쪽으로만 꼬리를 움직였다.

꼬리가 비대칭 운동을 하면 정자는 결국 원을 그리며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정자는 난자를 향해 앞으로 돌진한다.

연구진은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는 동시에 정자의 몸통 축이 회전하기 때문에 직선운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를테면 정자의 꼬리는 오른쪽으로만 움직이는데 몸통이 180도 돌면 왼쪽으로 움직이는 셈이 된다.

◇수달처럼 몸통 회전해 직진 가능

가델하 교수는 “정자는 수달처럼 몸통을 회전하면서 나선형으로 전진한다”며 “(꼬리 운동의) 비대칭이 몸통의 회전으로 상쇄된다”고 밝혔다.
정자가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면 원으로 돌 수밖에 없지만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정자가 꼬리를 한쪽으로만 움직이면 원으로 돌 수밖에 없지만 몸통을 회전하기 때문에 직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영 브리스톨대

정자의 이런 운동은 지구가 태양을 공전할 때 나타나는 세차운동과도 흡사하다. 세차운동은 회전 운동을 하는 물체의 회전축이 가상의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현상이다.

팽이가 돌 때 축이 회전하고 흔들리듯 지구의 자전축도 요동을 치면서 약 2만6000년마다 한 바퀴 세차운동을 한다. 즉 1만3000년마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운 방향이 반대로 바뀐다.

연구진은 정자의 움직임을 제대로 이해하면 정자의 운동 능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남성 불임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정자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남성 피임약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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