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검사장 측과 서울중앙지검 양측 주장을 토대로 29일 압수수색 상황을 재구성해 그린 것.

검찰이 ‘채널A 기자 강요미수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서 검사 2명을 제외한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 방향에 부정적 의견을 낸 검사들을 팀에서 제외한 것이란 뒷말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천재인, 방준성 검사를 원대 복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천 검사와 방 검사는 본래 소속이던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와 형사6부로 각각 복귀할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들을 팀에서 제외하며 더 이상 추가 수집할 증거 등이 없다는 등 이유를 댔다고 한다. 한 현직 검사는 “앞으로 수사할 내용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코미디 같은 이야기”라며 “실제론 수사 방향에 반대하는 검사를 돌려보낸 것”이라고 했다.

실제 수사팀이 지난 15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수사 검사 9명 중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하는 의견이 6명으로 찬성(3명)을 압도했다. 수사팀은 이를 그대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보고했지만 이 지검장이 영장 청구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나눈 대화인 ‘부산 녹취록’을 근거로 두 사람을 공범으로 보는 것에 대해서도 수사팀 대부분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29일 한 검사장 휴대전화 유심(USIM) 압수 수색 때 수사팀장인 정진웅 형사1부 부장검사가 나서 육탄전을 벌인 상황을 두고도, 압수 수색에 대한 반대 의견이 나와 어쩔 수 없이 수사팀장이 나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팀이 늪에 빠진 것 같다’는 뒷말도 나온다. 지난 24일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 중단 및 불기소'를 권고한데다,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연루된 KBS의 부산 녹취록 오보 논란이 이어지면서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팀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더욱이 29일 압수 수색 집행 과정에서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에게 폭행에 가까운 물리력을 행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면서 평검사들도 “비상식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압수 수색한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USIM) 카드를 공기계로 접속한 뒤, 메신저 비밀번호를 바꾸는 방식으로 카카오톡에 접속해 감청(監聽) 등 위법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 사건에는 호남 출신 검사들이 대거 배치됐다. 15년 만의 지휘권 발동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서 수사 전권을 위임받은 이성윤(전북 고창) 서울중앙지검장을 필두로 지휘 라인은 이정현(전남 나주) 1차장, 정진웅(전남 고흥) 형사1부장으로 이어졌다. 여기에 이 지검장이 추가로 투입하거나 수사에 관여하도록 한 신성식(전남 순천) 3차장, 전준철(전남 보성) 반부패2부장, 정광수(전북 전주) 조사부 부부장도 호남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