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토요일 오후 코로나 여파로 아직도 사람들의 통행이 그리 많지 않은 서울시의회 앞마당에서 “동해 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으로 시작하는 애국가가 울려퍼졌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핸드마이크를 들고 어린 남매가 젊은 엄마 옆에서 함께 애국가를 4절까지 흔들림 없이 가사를 또박또박 불러나갔다.남매가 애국가를 다 노래하자 엄마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이 애국가를 노래하는 가족의 양옆에는 ‘엄마가 미안해...’ ‘애국가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자유대한민국 ..’라는 낯선 글귀의 알림판이 서 있다.

애국가맘과 남매의 1인 시위는 애국가로 시작한다. 아직 초등학교 입학전의 어린 나이이지만 애국가를 4절까지 거침없이 부른다.

“수많은 노래 중에서 추운 날씨에 부를 수 있는 것이 애국가이고 더운 날씨에도 부를 수 있는 것이 애국가고 총알이 왔다갔다하는 전장 속에서도 부를 수 있는 것이 애국가입니다. 괴로우나 즐거우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애국가입니다. 그런데 이런 애국가를 추운 날씨에 어린 애들에게 부르게 했다고 신고하는 국민이 있다면 저는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유튜브 등을 통해 ‘애국가 맘’으로 알려진 오인실씨(39)가 자녀 이정이(7) 군과 이정아(6)양이 애국가를 목청껏 부르는 현장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만 되면 서울시 의회 앞 마당에서 “자유롭게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대한민국을 염원한다”며 애국가 맘 오씨가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아들과 딸의 손을 잡고 ‘1인 시위’를 5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둔 지난 2월 8일 대국민 총선캠페인을 위해 서울시의회 앞을 남매와 함께 찾은 오씨는 시민들에게 투표참여를 독려하는 가운데 자녀들과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이지만 남매 정이군와 정아양이 열심히 애국가를 불렀다. 노래를 다 끝낸 남매를 보며 다행스러운 마음으로 안도를 하는 순간 현장에 낯선 경찰관들이 가족을 찾아왔다. 아이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던 일부 시민의 문제 제기로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지난 25일 토요일 오후 어김없이 남매 이정이군과 정아양이 엄마와 함께 1인시위 현장에 나와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시작된 1인 시위속에서 애국가 맘 오인실씨는 아동학대라는 누명에서부터 이제까지 겪어보지못한 여러 상황으로 녹녹치않은 길이지만 "우리의‘대한민국이 진정으로 바른길로 가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견디며 나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추운 겨울날 아이들에게 노래를 시키는 아동학대행위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경찰관이 현장 출동을 한 것이다. 이날 출동했던 서울 서소문 파출소는 약 5개월 전 출동했던 것을 확인해 주었다. “최초 신고자가 애국가 언급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파출소 관계자들은 “신고자가 애국가 언급은 하지않고 추운 겨울 날씨에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데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라는 신고가 접수돼 출동했던 것만을 확인해주었다.

이에 대해 애국가 맘 오씨는 “정황상 분명히 신고자는 우리 아이들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왜나하면 이날이 총선캠페인을 처음 나온 날이고 아이들이 부른 노래는 애국가 단 한 곡 뿐이고 한 번만 불렀기 때문에 신고한 사람이 노래가 애국가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다.”며 경찰관이 출동한 시간을 전후해서 부른 노래는 애국가 한 곡 뿐이었다고 분명하게 밝혔다.”어떻게 아이들이 애국가를 부르는데 그것을 ‘아동학대가 의심된다’고 신고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라며 당시를 떠올린 애국가 맘 오씨는 “우리나라 국민 중 일부가 애국가에 대해 이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 끝에 화도 나고 해서 애국가를 위한 1인 시위를 결심하고 지금까지 5개월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열일을 뒤로하고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 어린이를 노래시키는 아동학대를 행하고 있다'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어 경찰관이 출동한 지난 2월 8일 현장 모습."무엇을 보고 아동학대라고 신고했는지 지금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애국가맘 오인실씨는 말한다.

“그 사건이 일어난 후 주변에 확인해 보니 초등학생들에 대한 애국가 교육도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고 그 중요성도 크게 강조되지 않고 있다는 말들을 들었다”며 “겨우 초등학교 저학년 때 한두 번 배우는 것으로 애국가 교육은 다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당국에 애국가교육 방침을 확인한 결과 현재 애국가는 한 시간 정도의 수업시간이 배정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일선교육현장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2학기에 들어서 ‘여기는 우리나라’라는 단원을 통해 애국가를 가르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총 5교시에 걸쳐 진행되는 ‘여기는 우리나라’단원에서는 대한민국의 국토지리와 관련한 학습과 나라꽃 무궁화, 애국가등을 배우며 애국가를 학습하기 위한 시간은 1교시(40분)가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애국가 학습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일선 학교의 재량에 따라 보충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국가 맘 오인실씨가 25일 자신이 1인시위에 나선 배경을 이야기하고있다. 현재 양천구 신정동에서 김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 파는 생업이 있지만 매주 토요일은 대한민국의 애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뒤로하고 현장에 나오고 있다.
아직도 엄마의 손이 많이 필요한 6살짜리 딸 이정아양이 '엄마가 미안해..'라고 쓰여진 팻말을 보듬고 있다.아이들은 애국가 맘에게 존재 이유중의 하나이다.

지난 18일 토요일 오씨의 애국가 1인 시위 현장에서 만난 시민 이석민(45)씨는 애국가 맘 자녀가 애국가를 4절까지 가사도 보지 않고 부르는 모습을 끝까지 보고 난 후 아내,자녀와 함께 박수를 보내면서 “감동적이다”이라며 애국가 남매의 애국가 4절 완창에 대해 기특해 마지않았다.1학년,4학년 초등학생 두 자녀와 함께 자리한 이씨는 “실제로 요즘 학교교육에서는 인권, 성문제등과 관련해서는 교육을 강화하고 있지만 나라 사랑에 대해 어떻게 가르치고 있다는 말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애국가 교육도 마찬가지다. 학교 현장에서는 우리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떤 중학교에서는 드러내놓고 북한 김정은에 대해 호의적인 말들을 일부 교사들이 공공연히 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교육현장의 일부 편향성을 지적하며 애국가 맘 오씨가 주장하는 “애국가 제대로 배우기”에 동의한다고 말하면서 오씨 자녀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경에 서울시 의회 앞 마당에 모습을 보인 애국가 맘 오씨는 자녀와 함께 애국가를 부르는 것으로 1인 시위를 시작한다.’애국가를 자유롭게 부를 수 있는 대한민국’을 주장하는 오씨의 발언에 발걸음 멈춘 일부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기도 하고 ‘엄지 척’을 해보이며 오씨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애국가 맘의 첫째 이정이군이 태극기와 손마이크를 들고 25일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동요을 좋아하는 이군은 애국가는 물론 6.25노래도 부를 줄 안다.

“나라 사랑의 가장 기초는 애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애국가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애국의 첫 걸음이라고 봅니다. 애국가를 제대로 부를 때 자연스럽게 진심으로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날 것입니다.”라고 강조하는 애국가 맘은 최근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참전용사 유해봉환 행사에서의 ‘북한국가 연주’논란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정을 밝혔다.”어떻게 6·25전쟁 참전용사 유해를 모시는 행사에서 북한국가가 연주될 수 있는지 귀를 의심했다”며 “이 정부의 애국가에 대한 자세의 일단을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국가보훈처에 항의 전화도 했지만, 구체적인 사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6.25전쟁 70주년 '참전용사 유해봉환' 행사에서 일어난 북한국가 연주 논란에 분노한 한 시인이‘슬픈 애국가’라는 제목으로 시를 지어 애국가 맘에게 건넨 작품을 애국가 맘이 1인시위하는 동안 낭독하고 있다,

애국가 맘의 1인 시위 현장에서 자녀가 애국가만을 부르는 것은 아니다. 자녀 둘 다 아직은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다행히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동요 부르는 것을 좋아한다. 애국가를 작년 10월경부터 어린이집을 오가며 가르쳤는데 크게 무리 없이 아이들이 잘 배우고 따라와 주어 고맙기만 할 뿐이다."고 말하며 아이들의 어깨를 감싸주던 오씨는
지난2월의 아동학대 신고 사건 외에도 4월 어느날은 두 번에 걸쳐 아동학대 신고를 누군가 하여 경찰의 달갑지 않은 방문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그때는 아이들을 서울시 의회 앞에 방치하고 있다고 신고가 들어왔다고 들었다. 친자녀들이 아닐지 모른다는 의심도 샀다"며 "그날 이후로는 나라에서 발급하는 가족관계증명서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토요일 애국가 맘의 남매가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역시 남매를 데리고 서울 시내에 나온 한 시민의 가족이 관심있게 보고있다.

1인 시위를 예정한 한 시간이 어느덧 흘러가면서 둘째 정아양이 최근 어린이집에서 배운 ‘도토리의 꿈’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참나무가 되고 싶은 도토리’라는 내용의 동요를 부르는 딸을 지켜보는 오씨의 얼굴 표정에서 보통엄마의 따스함이 느껴졌다.

시민들의 응원이 애국가 1인 시위에 나선 오인실씨에게는 큰 힘이 되고있다.시민들이 애국가 맘 오씨에게 엄지척을 해보이며 응원을 보내고있다.

오인실씨는 말한다.“지난 2월 추운 날씨속에 시작된 애국가 1인시위의 끝이 언제일지를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그리고 아이들의 미래가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 있기에 쉽게 멈출 수는 없습니다. 최소한 교육 당국이 애국가 교육 강화의 필요성을 진정으로 빨리 알았으면 하는 바람뿐 입니다. 그런 날이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왜냐하면 애국가는 나라사랑의 출발이고 또 애국심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에게 애국가를 가르치면서 제가 직접 경험한 것입니다.”

애국가가 경시받는 풍조에 동의할 수 없기에 시민 불복종 운동의 하나로 거리에 나선 애국가 맘의 동력은 가족이다. 동요를 부르고 난 직후 아들 정이군을 안아주고 있는 애국가 맘 오씨는 "아이들의 아빠가 생업으로 함께 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며 그래도 "아이들 아빠가 큰 응원군의 한명"이라고 소개했다.

“참나무가 되고 싶다는 ‘도토리의 꿈’처럼 저도 대한민국의 아이들이 자유민주주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실현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 애국가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을 대견해하고 칭찬하는 나라이기를 바랍니다. 결코 애국가는 조롱의 대상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