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7일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 건물을 접수했다. 미국의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 폐쇄에 맞선 조치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25~26일 미국 총영사관이 짐을 싸서 나가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데 이어 이날 오전 6시 18분 미국 총영사관이 성조기(미국 국기)를 내리는 장면도 보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미국은 나가라" "미국 총영사관을 화장실로 만들어야 한다"는 글이 쏟아졌다.
중국이 관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에 최근 미국이 항공모함 2척과 정찰기를 잇따라 보내자 중국도 무력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는 26일 중국군이 남중국해에서 실시한 실탄 사격 영상을 공개했다. 중국 남부전구 소속 JH-7 전투폭격기가 바다의 섬을 향해 로켓포를 발사하는 장면이다. 이 작전에는 전투기 10여대가 참여해 수천 발을 발사했다고 중국 매체가 전했다.
일각에선 핵무장 강화론도 터져 나왔다. 중국 매체 환구시보의 후시진 편집인은 2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미국의 미치광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서둘러 더 많은 핵미사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의 이런 모습은 대외적으로 미국 압박에 굴복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또 인터넷 등에서 분출하는 중국 내 반미(反美) 여론을 일정 부분 충족해줘야 한다는 현실적 고려도 반영돼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정면충돌은 중국이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외교학원 리하이둥(李海東) 교수는 최근 환구시보 인터뷰에서 중국이 청두 미국 총영사관 폐쇄를 택한 것 자체가 "중·미 갈등을 관리·통제하겠다는 신호"라고 했다. 중국 내 다른 미국 총영사관과 비교해 청두 총영사관은 관할 범위가 좁다.
중국 당국의 반응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현재 중·미 사이에 일어나는 일을 중국은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3일(현지 시각) 닉슨 대통령 도서관 연설에서 "시진핑 총서기는 파산한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정한 신봉자"라고 맹비난했지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같은 날 "중국은 미국의 장단에 춤추지 않겠지만 미국이 멋대로 굴도록 두지도 않을 것"이라며 직접 맞대응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27일 "양심이 있고 독립적인 국가들은 미국의 (반중) 대열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이외 국가에 대한 견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22~24일 중국 동북부 지린(吉林)성을 방문해 농업 생산을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