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첫 방미에 나선 덩샤오핑이 텍사스 휴스턴의 한 목장을 방문했다. 말을 타고 달려온 미국 여성이 그에게 흰색 카우보이 모자를 선물했다. 관중이 휘파람을 불자 답례하듯 그 모자를 썼다. 지역 언론은 “덩이 텍사스 사람이 됐다”고 썼다. 괴물 같은 공산당 지도자가 아니라 보통 미국 사람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줬다. 그해 말 중국은 휴스턴에 첫 번째 총영사관을 열었다.
▶미·중 우호의 상징과도 같던 이 총영사관을 미국이 폐쇄했다. 미·중 관계를 뿌리부터 바꾸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 공산당' 자체를 손보려 하고 있다. 국무·법무장관과 백악관 안보보좌관, FBI 국장 등이 입을 맞춘 듯 시진핑을 '주석(President)' 아닌 '공산당 총서기(General secretary)'라고 불렀다. 중국 전체의 대표가 아니라 공산당 수장일 뿐이란 의미다. 중국을 비난할 때면 그 대상을 '중국 공산당'이라고 특정하고 있다. 14억 중국 국민과 9000만 공산당원을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가 중국 공산당원 및 가족의 입국 금지를 검토 중"이란 뉴욕타임스 보도가 예사롭지 않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마오쩌둥 등 13명이 모여 창당했다. 당원은 53명에 불과했지만 당시 중국민의 90%가 '자기 땅'을 원한다는 민심을 정확히 읽은 덕에 국민당과의 내전에서 역전승했다. 독재와 폭정을 하면서도 '물(민심)이 배(권력)를 뒤집는다'는 역대 왕조의 교훈은 기억했다. 인민을 물, 당원을 물고기에 비유하면서 민심을 중시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의 전통이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국 공산당의 행동을 바꾸는 것은 중국인만의 임무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중국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면서 시진핑을 "파산한 전체주의 신봉자"로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과의 결별 선언 수준이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국을 정상 국가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로도 들린다. "우리가 중국을 개방시켜 프랑켄슈타인(괴물)을 만들어 낸 것 아닌가"라 했던 닉슨 전 대통령의 40여 년 전 어록까지 인용했다. 넉 달 뒤로 다가온 대선용이란 느낌을 주지만 대선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내년이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샤오캉(小康·편안하고 풍족한) 사회’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경제는 최악이다. 홍수로 ‘싼샤댐 붕괴설’도 퍼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은 공산당과 국민을 떼어놓으려고 공격한다. 중국 공산당이 사면초가와도 같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