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탈북민 태영호 의원이 "(북에서 듣기로) 전대협 조직원들은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 결의를 다진다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다. 1987년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 후보자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런 일 없었다'가 아니라 '기억이 없다'는 것은 뭔가. 조사를 받는 사람들이 '기억이 없다'고 하는 것과 같은 것인가.
이 후보자는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밝힌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제대로 답하지 않고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온 분에게 해당하는 얘기"라고 엉뚱하게 말을 돌렸다. "주체사상을 믿느냐"는 질문을 다시 받고서야 "그 당시에도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말 하기가 그렇게 힘든가.
당시 전대협은 주사파 지하조직에 장악돼 있었다. 골방에 김일성 김정일 사진을 걸어두고 충성 맹세를 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조선노동당 가입도 했다. 실제 그런 짓을 했던 사람들이 고백한 증언이 너무나 많다. 야당 의원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보관하고 있다는 문건 하나를 공개했다. 문건의 작성자는 '이인영'으로 돼 있다. 그 문건에는 "혁명 주체는 수령·당·대중" "철천지 원수 아메리카 침략자" 같은 글이 등장한다. 이 후보자는 자신은 이 문건을 작성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당시 전대협과 주사파는 대내외적으로 이보다 더한 주장도 상시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일반 국민의 '사상'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 그러나 다른 분야도 아닌 대북 정책을 총괄해야 할 통일장관 후보자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철저하게 검증돼야 마땅하다. 그게 싫다면 통일장관직을 사양해야 한다. 이 후보자는 국민 앞에서 북한 왕조 체제, 세습 독재, 인권 유린, 핵 위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은 오히려 태 의원을 향해 "민주화 운동 폄훼" "망언" "저열" "천박"이라고 벌떼 공격을 퍼부었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대통령 전 비서실장도 3년 전 주사파 관련 질문에 '매우 모욕적'이라고 발끈하면서 '5·6공 때 당신은 어떻게 살았느냐'고 엉뚱한 반격을 했다. 미숙한 20대 초반에 잠시 도를 넘는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다. 지금 누가 물으면 '그때 지나쳤다. 이젠 아니다'라고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 정권의 전대협 출신들은 주사파 얘기만 물으면 무조건 화부터 낸다. 그러고는 질문자를 공격한다.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민주당 의원이 태 의원에게 "변절자의 발악"이라고 했다. 대부분 국민이 김여정이 한 말인 줄 알 것이다. 전대협 대표로 방북했던 민주당 전 의원이 탈북민을 향해 '변절자'라고 했던 일이 떠오른다. 북한 김씨 일가의 폭정에서 탈출한 게 '변절'이라면 이들이 마음속에서 지조를 지키고 있는 조국은 북한이라는 말인가. 민주, 인권을 아예 말살한 북한을 옹호하면서 민주화 운동, 인권 투쟁을 한다고 한다. 북한처럼 되자는 주사파 운동이 어떻게 민주화 운동인가. 민주주의를 내세우고 이용해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운동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