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수건도 짠다...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짠테크'

입력 2020.07.22 17:05 | 수정 2020.07.22 18:16

편의점 CU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금액의 1000원 이하 잔돈을 강제 저축해 주는 서비스.
편의점 CU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금액의 1000원 이하 잔돈을 강제 저축해 주는 서비스.

회사원 김진호(30)씨의 스마트폰에는 편의점 GS25의 ‘나만의 냉장고’, ‘라스트 오더’ 같은 앱(응용프로그램)이 깔려 있다. ‘나만의 냉장고’는 ‘2+1’ 같은 이벤트 때 받은 증정 상품을 바로 가져가지 않고, 바코드 형태로 보관하는 서비스. ‘라스트 오더’는 주변에 유통기한이 임박해 할인판매하는 제품을 알려주는 앱이다. 김씨는 ‘라스트 오더’ 앱으로 7800원 하는 12개 들이 도너츠 한 박스를 반값에 구매해 친구와 나눠먹었다. 또 ‘나만의 냉장고’ 앱으로 보너스로 받은 탄산수 등을 친구에게 선물한다. 김씨는 “이런 앱으로 돈 안 쓰고도도 친구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었다”며 “이처럼 푼돈을 아낄 수 있는 ‘짠테크’로 생활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앱 등을 활용해 푼돈을 모아 생활에 활용하고 재테크를 하는 것이 20·30 밀레니얼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목돈을 모으는 게 힘들어지자, 예전 돼지저금통으로 용돈을 모으듯 소소한 저축을 하는 것이다. 이런 ‘짠테크’족(族)을 잡기 위해 기업들도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2030 ‘짠테크族’ 잡아라”

편의점 CU는 삼성증권, 스타트업 ‘티클’과 손 잡고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결제 금액의 1000원 이하 잔돈을 강제 저축해 주는 서비스를 최근 선보였다. 스마트폰에 깐 ‘티클’ 앱으로 결제를 하면, 1000원 단위 이하 잔돈은 삼성증권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자동 적립된다. CU에서 1200원짜리 커피를 사고 티클 앱으로 결제를 하면, 800원이 삼성증권 CMA계좌에 쌓인다. 오는 9월까지는 CU가 적립액의 10%를 보너스로 준다. CU관계자는 “온라인 재테크 커뮤니티에서는 적은 돈이긴 하지만 요즘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사실상 10%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수익 상품이라고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이마트와 홈플러스의 수도권 일부 매장에는 ‘무인 외화 잔돈 환전 키오스크’가 들어섰다. 이 기계는 은행에서 쉽게 환전하기 어려운 각국의 외화 동전이나 잔돈 지폐를 포인트나 상품권으로 바꿔준다. 이마트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설치된 서울 성수점 등 3개 매장에서 외화 동전을 신세계 상품권 등으로 환전하는 경우가 일주일에 200여건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성수점 무인 환전기 이용객의 약 80%가 20·30대”라며 “예전에 해외여행을 하고 남은 외화는 그냥 책상 서랍에 뒀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긁어 모아서 현금처럼 쓴다”고 말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세븐일레븐의 '라스트 오더' 서비스
유통기한이 임박한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세븐일레븐의 '라스트 오더' 서비스

◇모바일 앱으로 마감 세일 식품 반값에

지난 21일 오후 4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 인근에서 ‘라스트 오더’ 앱을 키고 ‘마감세일’ 항목에 들어가보니 3km이내에 위치한 카페, 음식점 및 편의점 마감 세일 제품 목록이 떴다. 가장 가까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이날 마감이 끝나는 검은콩두유(300ml)를 정상가 1500원에서 30% 할인된 105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관에서 파는 ‘캘리포니아모듬롤2팩·샐러드 2팩’도 50% 할인된 9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주부들의 필살기로 여겨졌던 마감 세일 상품을 싸게 사는 방식도 젊은층의 알뜰 소비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스타트업 미로가 개발한 ‘라스트 오더’라는 앱을 통해 유통기한이 임박한 식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현재 라스트오더앱은 롯데백화점·롯데마트·세븐일레븐·CU 등 대형유통업체뿐만 아니라 동네 식당, 카페 등과 제휴를 맺고 있다. 2018년 말부터 본격 가동된 라스트오더 앱은 다운로드건수는 최근 11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2월부터 라스트오더 서비스를 도입한 세븐일레븐은 지금까지 이런 방식을 통해 폐기 처분될 뻔 했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총 50만개 팔았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라스트오더를 통한 고객 중 20와30대가 전체 고객의 71.3%를 차지하고 있다.

◇1+1 상품에 선물하기 기능도 넣어 활용도 높이기

1~2인가구가 많은 20·30대 중에서는 상품을 대량 할인 판매하는 대형마트보다 1+1, 1+2 증정행사를 하는 편의점에서 간단히 쇼핑을 하는 이들도 많다. 추가 상품을 현장에서 바로 받지 않고 모바일 쿠폰 형태로 보관해놨다가 나중에 다시 꺼내 수 있는 보관 서비스 등을 활용한다. 보관된 증정품은 같은 가격의 다른 종류 제품으로 변경하거나, 친구 등 지인에게 선물로 준다. GS25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보관했다가 사용한 증정품이 1억3000만건을 넘어섰다.
기존보다 할인된 가격에 정기적으로 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에도 젊은이 열광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지난달 인기 과자를 모아 매달 정기 배달해주는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젊은층의 신청이 폭주하자, 아이스크림에도 구독 서비스를 도입했다. SPC 파리바게뜨도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를 한 달 동안 매일 이용할 수 있는 월간 구독 서비스를 출시했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는 “온라인 쇼핑몰에 위협을 받고 있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유통업체들이 젊은 소비자들의 최대 관심사인 ‘짠테크’와 ‘알뜰 소비’를 앞세워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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