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SK바이오팜이 공모가 대비 4배가량 주가가 상승하는 대박을 터뜨리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업공개(IPO)하는 공모주에 쏠리고 있다.

SK바이오팜 주식을 사기 위해 31조원가량 청약증거금이 모인 것을 비롯해 지난달 초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공모주 청약 13건에는 53조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이 개인 투자자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시중에 넘치는 유동성(현금)이 '동학개미운동' 현상에 이어 '공모주 열풍'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올해 공모주를 사들인 모든 투자자가 웃은 것은 아니었다. 상장일 이후 주가가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종목이 있는 반면, 오히려 주가가 하락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종목도 있었다. 공모주 투자에 묻지마식 '올인'을 했다간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증시 이끄는 바이오, 공모주도 '대박'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증시에 새로 상장한 공모주 총 19개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66.1%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업종에 따라선 수익률 편차가 컸다. 최근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바이오·2차 전지·언택트(비대면) 관련주들은 수익률이 고공행진하고 있는 반면, 전통 제조업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규 공모주 중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은 SK바이오팜으로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281.6% 수익을 냈다. 글로벌 신약 개발업체인 SK바이오팜은 2014년 상장한 제일모직의 최대 청약증거금(30조원) 기록을 9000억원가량 넘어서며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공모가 4만9000원인 SK바이오팜은 지난 2일 상장 후 3거래일 연속 상한가(30% 상승)를 기록하며 단숨에 주가가 2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자외선 발광다이오드(LED)를 이용한 바이러스 살균 기술을 확보해 코로나 관련주로 주목받은 서울바이오시스도 수익률 151.3%로 공모가 대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이 밖에 유전체 분석 기업인 소마젠(69.1%)과 바이오의약품 임상 시험을 대행하는 드림씨아이에스(67.1%) 등 올해 신규 상장한 바이오 종목 6개의 평균 수익률은 82.3%에 달했다. 바이오 종목 중에선 젠큐릭스가 수익률 -28.2%로 부진했다. 바이오 업종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 관련 기업 위주로 쏠리다 보니 암 진단을 전문으로 하는 젠큐릭스는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반 제조업은 마이너스 수익도

디스플레이 설비 전문기업인 엘이티(167.9%)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엘이티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 모듈 장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공모 단계부터 1500대1이 넘는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엘이티는 지난달 말 상장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2차 전지 생산 장비업체 에이프로(99.1%)와 마스크 제조사 레몬(109.7%)도 상장 이후 주가가 수직 상승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언택트 종목이 주목받으면서 위세아이텍(84.6%), 마크로밀엠브레인(55.1%), 플레이디(51.8%)등 온라인 기반 기업들도 높은 수익률를 올렸다.

반면 일반 제조업에 기반한 신규 상장사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다. 스마트폰 부품업체 엔피디와 항공기 관련 부품·정비업체인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수익률이 각각 -14.9%, -4.1%로 공모가보다 주가가 낮아졌다. 부동산투자회사인 이지스밸류리츠(REITs) 역시 -10.5%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비업체인 신도기연(31.6%), 스마트폰 커버글라스 제조업체 제이앤티씨(17.3%)등은 비교적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다른 업종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공모주에서의 '수익률 양극화 현상'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눈길은 바이오·언택트 위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면서 "투자자들은 무턱대고 이 공모주들에 청약하기보단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과 업종 현황·전망 등을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