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반'이라는 수직 인생에서 '봉사'라는 수평 인생을 살아온 데 대한 평가를 받은 듯해 감개무량합니다."

올해 만해실천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엄홍길(60·산악인) 대장의 인생은 2007년을 전후로 나뉜다. 2007년 이전 30년은 히말라야 봉우리 정복, 이후로는 한국과 네팔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고 있다.

엄홍길 대장이 네팔 오지에 지은 학교(휴먼스쿨) 준공식에 참석해 어린이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하고 있다. 엄 대장은 네팔에 휴먼스쿨 16곳을 건립했다.

그는 1988년 에베레스트(8848m)를 시작으로 2007년 로체사르(8382m)까지 히말라야 8000m 이상 16봉우리 정상에 모두 올랐다. 16봉우리 등정을 마친 이듬해인 2008년 엄홍길휴먼재단을 설립했다. 네팔 오지에 학교 건립이 주목표. 국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희망원정대' '클라이밍 대회' 'DMZ 평화통일대장정'을 개최해 휴머니즘과 도전의식을 고취했다.

엄 대장은 "16좌 등정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산 아래 세상을 보게 됐다"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이 네팔 청소년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이었다"고 했다. 2010년 에베레스트 길목인 해발 4060m 팡보체 마을을 시작으로 석가모니 탄생지 룸비니 등에 엄홍길 휴먼스쿨이라는 이름으로 건립된 학교는 2020년 6월 현재 16곳. 4543명의 학생이 교육 혜택을 받고 있다. 초·중·고·대학을 망라한 종합학교인 휴먼스쿨타운 건립이 그의 꿈이다. 그는 또 함께 산에 오르다 목숨을 잃은 셰르파(등반 가이드)의 유가족 25명에게 1999년부터 매달 5000루피(약 5만원)의 장학금을 보내고 있다. 네팔 일반 노동자의 월급이 1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작지 않은 금액이다. 휴먼스쿨 건립은 정기 후원 회원 1300명을 포함해 7000여 후원 회원의 헌신적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

그는 "민족시인이자 독립운동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뜻을 이어받아 앞으로도 국가와 청소년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