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전현충원이 고(故) 백선엽 예비역 대장의 안장지로 사실상 굳어졌지만 장지(葬地)를 둘러싼 논란은 13일에도 계속됐다. 국방부는 "만장(滿葬) 상태인 서울현충원에 백 장군을 모시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과거 국방부 스스로 수차례 예외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권 '코드'와 의지에 따라 '선택적 안장'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서울 동작구 서울현충원 병사 묘역에 '육군 중장 채명신의 묘'라고 적힌 비목이 세워져 있다. 채 장군 유언에 따라 사병 묘역 맨 앞줄 빈 장소에 별도로 안장됐다.

정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서울현충원은 10여년 전부터 만장 상태"라며 "하지만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채명신 장군 등은 별문제 없이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고 했다. 실제로 두 전직 대통령은 국가원수 묘역이 다 찼지만, 산을 깎아 자리를 만들었다. 김형기 전 서울현충원장은 "엄밀히 말하면 두 전직 대통령도 모두 대전현충원에 갔어야 했다"고 했다.

2013년 별세한 월남전 영웅 채명신 장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채 장군은 "전우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유언에 따라 서울현충원 사병 묘역에 안장됐다. 당시 국방부는 만장 상태였던 사병 묘역 맨 앞줄 빈 장소에 채 장군의 묘소를 별도로 만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채 장군의 묘소는 명목상 사병 묘역과 같은 1평이지만, 자리가 없었기 때문에 맨 앞줄에 따로 묘소를 마련했다"며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묘역을 융통성 있게 운용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지난 6월 서울현충원 무명 전우의 곁에 묻힌 황규만 전 육군정보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만장 상태인 서울현충원의 한 묘역을 둘이 나눠 쓰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백 장군 빈소에서 "서울현충원 장군 묘역은 다 찼고, 서울현충원에 백 장군을 모셔야 한다는 원로들의 의견은 보훈처에 전달하겠다"고만 했다. 백 장군 안장 문제에 국방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취지였다. 백 장군 측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서울현충원 내 국가유공자 묘역에 묏자리를 낼 수 있다고 했는데,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