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김수현(31·사진) 공동의장은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백선엽 장군의 시민 분향소를 차린 데 대해 "정부가 (국민장을) 안 하니까 우리라도 대신 영웅을 영웅으로서 예우해 드리고 싶었다"며 "그게 분향소 설치 이유의 전부"라고 말했다.
전대협은 지난 10일 별세한 백 장군의 장례식이 국민장보다 격이 낮은 육군장으로 치러진다는 소식이 11일 발표되자 그날 밤 광화문광장에 '천막 분향소'를 설치했다. 공식 빈소는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지만, 12일 하루에만 1만명이 넘는 시민이 광화문 분향소를 찾았다. 현재 영남대 대학원생인 김 의장은 2018년 말 1980년대 전대협을 풍자해 같은 이름의 '전대협'을 세우고 대학가에 대자보를 붙이는 등 과거 전대협의 운동 방식으로 현 정부 비판 활동을 해왔다.
김 의장은 이날 광화문광장 분향소에서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역사 교과서, 국내외 정부와 수많은 언론이 예외 없이 백 장군을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영웅으로 평가한다"면서 "그래서 당연히 정부가 그를 국민장으로 예우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건 호국 영웅에 대한 예우가 아니고 상식에도 맞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그래서 친구들에게 '우리가 대신 국민장을 해보면 어떨까' 했는데 다들 '콜(좋다)!'이라고 해서 삼삼오오 모이며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생 단체가 하루 만에 서울 한복판에 분향소를 차리기란 쉽지 않았다. 그는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나 천막 대여 방법, 비용도 몰랐다. 그는 "예고된 부음이란 없는 만큼 급히 일을 추진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지만, 다행히 전국구국동지연합회(구국회),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 등 기성 단체들이 도움을 줬다"고 했다.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은 다양했다. 김 의장은 "반바지 차림으로 광장을 지나가다 들른 학생부터 칼날 주름의 전투복을 차려입고 전투모를 꾹 눌러 쓴 백발의 해병대 출신 할아버지까지 백 장군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고 말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공을 세운 만큼의 대우도 받지 못하고 보내드릴 수밖에 없어 죄송하다'며 영정 앞에서 한동안 경례 자세로 서 있는 분도 있었다"고 했다.
김 의장은 "2030 젊은이와 6070 어른이 다 같이 손을 잡고 분향소를 차렸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평소 일부 단체의 집회 방식이나 주장에 생각도 다르고 이들과 교류할 기회도 그럴 의향도 별로 없었지만 백 장군을 제대로 보내드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로 똘똘 뭉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버지·할아버지 나이뻘인 어른들과 함께 분향소를 지키면서 대화할 기회도 있어서 좋았고, 한편으론 그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이해되지 않는 정부의 결정이 있다면 의문을 제기하고 대안 행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2월 '문재인 왕' 등 대통령 풍자 대자보를 붙였다가 수사받고 재판까지 치르는 등 어려움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우리가 믿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맞는 건 맞는다고 아닌 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행동에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