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정부 고위 공직자들의 다주택 보유를 향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엔 이들의 '수도권·강남 선호'가 논란이 되고 있다. 다주택 보유 공직자들이 주택을 처분할 때 '서울·강남 집'보다 '지방 집' 위주로 처분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왼쪽부터)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김조원 민정수석

앞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아파트보다 충북 청주시 아파트를 먼저 내놓은 데 이어 이번엔 청와대에서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윤성원 국토교통비서관이 논란이 됐다. 윤 비서관은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세종시 아파트 가운데 세종 아파트 매도 계약 사실을 밝혔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도 서울 서대문구, 충북 청주시 단독주택과 서울 서초구 아파트 중 일단 서대문구 단독주택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SNS(소셜미디어) 등에선 "역시 똘똘한 한 채, 강남 불패" "국민에겐 강남 살 필요 없다면서 엉뚱한 집 팔고 생색낸다"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본지가 대한민국 관보를 분석한 결과, 최근 임용자를 제외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54명 중 15명(28%)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집을 갖고 있다. 중앙부처 장차관 40명 중에도 강남 3구 보유자가 11명(28%)이다. 2주택 이상 보유한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 참모 15명(오피스텔 등 포함) 가운데 강남 3구에 집을 한 채라도 보유한 이는 김조원 민정수석을 비롯해 총 8명이다.

노영민 실장은 지난 2일 다주택 참모들에게 "이달 중 1주택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처분하길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8일 "고위 공직자 중 다주택자는 하루빨리 매각할 수 있게 조치하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4·15 총선에 앞서 '2년 내 다주택 처분' 서약을 받았지만, 최근 단축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고위 공직자 중에선 아직도 다주택 보유 사유나 처분 계획을 밝히지 않은 이들도 있다. 김조원 수석은 서울 강남구 아파트와 송파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서울 서대문구 단독주택과 관악구 다세대주택 등을 갖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도 "장관이 따로 입장을 낸 것은 없다"고만 했다.

다주택 고위 공직자 가운데 집 한 채 외에 오피스텔이나 주택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사실상 처분할 주택이 정해져있다. 하지만 대다수 고위 공직자가 처분 주택을 결정한 뒤 어느 집을 매도하는지 공개되면 부동산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다. 수도권·강남 보유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날 경우 "결국 수도권·강남 불패"란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청와대 조성재 고용노동비서관, 박진규 신남방·신북방비서관과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은 수도권 1채와 충청권(세종·대전) 1채씩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각자 가족의 거주 사정이 있는데 1주택자로 돌아가겠다는 공직자에게 어느 집을 팔라고까지 강제할 순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 장·차관, 광역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등 1급 이상 다주택 공직자의 거주 목적 외 주택을 일정 기한 내 처분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은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7·10 부동산 대책과 관련, "세제만 갖고 부동산을 억제하겠다는 조치가 과연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 매우 회의를 갖는다"며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그 자리를 떠나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7·10 대책 관련 입법을 이달 내 모두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