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은 지난달 말부터 몰래카메라(불법촬영 카메라) 탐지 장비를 동원해 경남 지역 모든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남의 한 고교 1층 여자 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는데 폐쇄회로(CC)TV 녹화 화면으로 덜미를 잡힌 범인은 40대 남성 교사였다. 지난 10일에는 경남의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몰래 들어가 휴대전화로 불법 촬영을 한 혐의로 남자 중학생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13일 경남교육청은 도내 초·중·고교 976곳에 몰래카메라 탐지 장비 보급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는 전국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몰래카메라 탐지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교내 몰카 매년 증가… 4년간 451건

이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최근 4년간 학교 내 카메라 등 이용 촬영 범죄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교 내 몰래 카메라 범죄는 지난 4년간 451건에 달한다. 2015년 77건, 2016년 86건, 2017년 115건, 2018년 173건으로 매년 증가 폭이 커지고 있다. 2019년은 집계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다. 교사나 학교 직원 등에 의한 사건이 늘어나는 가운데 학생들이 저지른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합쳐 몰래 카메라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된 19세 이하 청소년의 숫자가 2015년 411명(10.4%), 2016년 601명(13.4%), 2017년 817명(15%), 2018년 885명(16.1%) 등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외부인이나 학교 직원 등이 아니라 학생들이 몰래 카메라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양성평등담당관 5개월째 공석

학교 내에서 몰래 카메라 등 성 관련 범죄가 잇따르고 있지만 교내 성희롱·성폭력 방지 정책을 세우고 관리해야 할 교육부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서기관급)은 5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작년 5월 정부는 교육부를 비롯해 고용노동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 기관 8개에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을 신설했다. 이 가운데 현재 이 자리가 비어있는 곳은 교육부뿐이다. 교육부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올 초까지 근무했던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물러난 뒤, 직무 대리 체제로 운영되다 지금까지 공석이다. 앞서 지난 1월과 4월 두 차례 공모를 했지만 뽑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양성평등담당관이 민간 개방직으로 전환되면서 공모를 했지만 적격자를 찾지 못했다"며 "현재 공석이지만 관련 업무는 해당 과에서 하고 있어 업무 공백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재공모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채용 절차를 감안하면 빨라야 10월 이후에야 양성평등 정책담당관이 임용될 전망이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성평등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 책임자가 반년 가까이 공석이면 업무가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되기 어렵다"며 "하루빨리 적임자를 찾아서 임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회 성신여대 교수는 "교육 당국이 학교 내 성범죄의 심각성을 깨닫고 예방 교육 등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으면 범죄 증가 추세를 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