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난(湖南)성의 한 대학을 졸업한 즈청(24)씨는 영어 강사의 꿈을 안고 지난 4월 베이징에 올라왔다. 코로나로 채용하는 회사가 적었고 어렵게 본 면접에서도 모두 떨어지자 그는 5월 경비로 취직했다. 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을 참지 못하고 이틀 만에 퇴사했다. 그는 중국 매체 인터뷰에서 "대학에서는 영어 실력을 인정받아 전도유망하다는 평을 받았는데 지금은 최하층민이 됐다"고 했다.
1000만명에 달하는 대졸자 취업 문제가 코로나 이후 중국 공산당의 최대 과제가 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중국석유대 졸업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黨), 정부, 사회 각계는 대졸자 취업을 위해 천 가지 방법과 백 가지 계획(千方百計·최선을 다하라는 뜻)을 동원하라"고 했다.
졸업식이 7월에 열리는 중국에서는 올해 874만명이 대학·대학원을 졸업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졸업한 취업 재수생,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사람(60만명 추정) 등을 합치면 1000만명 가까운 예비 취업자가 사회로 나온 셈이다.
반면 코로나로 올해 중국의 민간 취업 시장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6.1% 성장했던 중국 경제는 올해 1% 성장에 그칠 전망(국제통화기금)인 데다 그동안 신규 취업자를 흡수했던 서비스업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대 경영대 루하이(盧海) 교수 연구팀은 올 1분기(1~3월) 중국 내 신규 채용이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아예 채용을 취소하는 경우도 있다. 톈진(天津)중국민항대를 다니는 우샤오페이(22)씨는 중국 한 유명 항공사에 합격했지만 최근 채용 취소 통보를 받았다. 우씨는 중국 매체 중국신문주간에 "이 회사에 합격한 동문 20명 가운데 절반이 나처럼 이유도 듣지 못하고 직장을 잃었다"고 했다.
고학력자 취업난은 중국 공산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1989년 천안문 민주화 시위의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대학생 등 고학력층 취업난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6년 "대졸자 취업 문제는 사회 안정과 관련된 문제로 매우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당(黨)의 지시에 따라 중국 지방정부들은 앞다퉈 채용 보조금 지원, 창업 지원 등 취업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베이징시는 최근 신규 대졸자 95%를 취업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 임금과 사회보험료 등으로 1인당 최장 6개월간 월 2922위안(약 50만원)을 지급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다른 지방 정부들도 85%, 90% 등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연일 대졸자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나섰다. 특히 강조하는 것이 농촌·보건의료 분야 일자리 확대다. 대졸자들에게 도시에 있지 말고 시골로 내려가라는 것이다. 베이징시는 산하 기관에 대졸자 채용 확대를 지시하면서 농촌 특강 교사, 농촌 진흥 담당자 등을 예로 들었다. 푸젠(福建)성은 대졸자 6000명을 농촌에 파견해 1인당 연간 2000위안(약 35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광둥(廣東)성도 2000명을 모집해 2년간 농촌 인터넷 관련 업무를 맡기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은 젊은 시절 산시(陝西)성 황토고원에서 일한 경험이 자신을 성장시켰다고 늘 강조한다. 그는 지난 7일 중국석유대 졸업생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졸업생 중 118명이 졸업 후 중국 북서부 신장(新疆)으로 가 일하기로 한 것을 언급하며 "인생(人生)의 선택을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이 1995년 이후에 태어난 대졸자에게 환영받을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좋은 일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취업을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9일 "대학생들은 각 가정에서 떠받들어진 탓에 공장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백수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