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지난달 국경 지역에서 쇠몽둥이를 들고 싸워 수십 명이 죽거나 다친 가운데 해발 4200m에 위치한 호수를 놓고도 양측의 긴장이 높다고 인도 매체들이 보도했다.

중국군과 인도군이 대치 중인 곳은 중국 서부 티베트(시짱자치구)와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 사이에 있는 판공호(湖)다. 지난달 15일 중국과 인도 군인 600여 명이 충돌해 수십 명이 사망했던 갈완 계곡에서 남쪽으로 150㎞ 떨어져 있다.

중국과 인도 접경 해발 4200m에 있는 판공호(湖)의 모습. 아름다운 산정 호수이지만 이곳에는 중국과 인도의 최신 순찰정 수십 척이 배치돼 있다. 국경 분쟁 중인 양국이 상대국보다 빠른 배를 가지려고 하는 경쟁 때문이다.

호수는 일반인 출입이 어려운 오지에 있지만, 중국과 인도는 둘레 134㎞인 호수를 놓고 계속 갈등을 벌여왔다. 양측은 현재도 국경을 확정하지 못한 채 호수 왼쪽 3분의 1은 인도가, 오른쪽 3분의 2는 중국이 통제하고 있다. 인도는 실질통제선(LAC·국경 분쟁 지대에서 통제권을 구분하는 선)보다 8㎞ 동쪽까지가 인도 관할 범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산정 호수"라고 불리는 판공호에는 현재 중국과 인도의 최신 순찰정 수십 척이 배치돼 있다. 지난 수년간 상대방보다 빠른 배를 배치하려는 경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포브스는 "세계의 지붕에서 수상(水上) 대결과 군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인도 매체 더프린트는 중국이 4월 이후 군인 5000명을 판공호 일대에 보냈다고 전했다. 중국이 LAC 인근에 레이더를 비롯한 시설물을 건설해 관할권을 공고화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갈완 계곡 충돌 한 달 전인 5월 5~6일 판공호에서 중국과 인도 군인들이 돌과 주먹으로 싸웠고 여러 명이 부상했다.

중국과 인도 관계는 지난 6월 갈완 계곡 충돌 이후 급격히 악화됐다. 인도군 20명이 사망하고 중국군도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양국 간 국경 분쟁에서 사망자가 나온 것은 1975년 이후 45년 만이었다.

인도에서는 중국 제품 불매 운동이 일어났고, 인도 정부는 웨이신(위챗) 등 중국산 휴대전화 응용프로그램 사용을 중단시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3일 갈완 계곡이 있는 라다크 지역을 방문해 "팽창주의 세력이 패배했거나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증명됐다"며 "인도의 적들은 우리 군(軍)의 화염과 분노를 봤다"고 연설했다. 인도 언론은 모디 총리가 '중국'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지만 분쟁 중인 중국을 향해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중국은 사상자 수도 공개하지 않고 인도와의 확전을 자제하는 모양새다.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 등으로 미국, 영국 등과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전선(戰線)을 인도까지 확대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과 인도는 갈완 계곡 충돌 20여일 만에 이날 일단 '휴전'에 합의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5일 아짓 도발 인도 국가안전보좌관과 화상 회의를 열고 LAC에서 분쟁 재발을 피하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관영 매체가 6일 보도했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는 양측이 5일 2시간 화상 회의를 열었으며 회의 직전 중국이 갈완 계곡에서 군대를 몇㎞ 물렸다고 전했다.

글로벌 1·2위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는 2017년에도 양국 접경 둥랑(洞朗·인도명 도카라)에서 두 달여 분쟁을 벌이다 각각 군대를 물리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