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팀닥터가 최숙현 폭행, 감독은 쩔쩔맨 '이상한 관계'

입력 2020.07.03 13:30

지난달 26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 최숙현(22) 사건을 두고 많은 이가 의문을 품는 대목이 있다. 팀 닥터 안모씨의 비정상적인 팀 내 지위다.

체육계에선 일반적으로 감독의 권한이 막강하거나 스타 선수의 입김이 세다. 그러나 최숙현이 녹음한 폭행 현장 음성파일에선 이상하게도 김모 감독이 안씨에게 절절매는 듯한 대목이 수차례 나온다. 안씨가 선수들에게 욕설하고 폭행하는 동안 김 감독은 옆에서 동조하거나 한숨을 쉰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폭행하는 안씨에게 “콩비지찌개를 끓여왔다”고 하며 안주를 대접하며 술을 권한다. 안씨에게 말끝마다 “선생님”을 붙이며 깍듯이 대하고, 또 최숙현이 흐느끼자 “닥터 선생님께서 알아서 때리시는데 아프냐”고 다그친다. “왜 선생님이 이렇게 화가 나셨나 하면…”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안씨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씨는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고, 선수단이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며 임시 고용한 운동처방사로 전해졌다. 최숙현을 비롯해 안씨에게 폭행당한 선수들은 그에게 돈을 내며 폭행을 당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3일 “가해자로 지목된 ‘팀 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안씨가 선수들에게 수시로 돈을 요구했다는 의혹도 있다. 최숙현은 진정서에서 “안씨가 물리치료비, 심리치료비 명목으로 16차례에 걸쳐 약 1500만원을 받아갔다”고 주장했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모 감독이 2일 오후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는 모습. 팀 닥터 안모씨는 이날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김모 감독이 2일 오후 경주시체육회 사무실에 출석하는 모습. 팀 닥터 안모씨는 이날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안씨는 당시 말투와 목소리로 미뤄볼 때 만취한 것으로 보인다.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대화도 있다. 안씨는 한 선수에게 “우리 팀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냐”고 물었다. 그 선수가 “대표팀 이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자 안씨는 “내 수준이 그 정도인 것 같냐. 감독님이 그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것 같냐”며 때렸다.

안씨는 그 선수가 “세계 1등”이라고 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세계 1등이냐. 아직 한 명도 안 나왔는데”라고 하며 다시 때리고 “우리가 세계 1등한 게 언제야? 군인올림픽이지? 내가 생각할 때 세계 3등이다”라고 말한다.

안씨는 김모 감독의 고향 선배로, 소속 선수들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군 대표팀 트라이애슬론팀 팀 닥터를 맡는 등 경상도 일대 팀에서 영향력을 지닌 인사로 전해졌다.

체육계 관계자들조차 이 같은 팀 닥터의 지위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한 전직 트라이애슬론 유소년 국가대표 감독은 “(녹취록에선 감독이 꼼짝 못하지만) 평소에는 둘이 번갈아가면서 선수들을 괴롭혔고, 둘 중 한 사람이 선수를 혼내면 다른 사람이 말리는 상황이 많았다고는 한다”면서도 “(감독이 팀 닥터를 그 정도로 어려워하는 것은) 나이가 더 많아서 그런 건지,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했다.

2일 열린 경주시체육회 인사위원회에 안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안씨는 지병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는데, 경주시체육회 소속이 아니라 징계 대상도 아니어서 출석을 강요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경주시체육회는 안씨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했다. 경주시체육회 여준기 회장은 3일 “유족들이 갖고 있는 녹취록과 팀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팀 닥터로 알려진 안씨가 최숙현 선수 폭행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 주 초쯤 안씨 고발장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경주시체육회는 안씨에 대해 폭행 등 혐의뿐 아니라 의료면허 없이 활동한 점에 대해서도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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