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내 반중(反中) 활동을 감시·처벌하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첫날인 1일 독자에게서 이메일 한 통을 받았다. "홍콩 상황이 궁금한데 왜 홍콩에 직접 가서 취재하지 않느냐"는 지적이었다. 마침 베이징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 생중계로 홍콩 시위를 보던 터라 왠지 겸연쩍었다.

홍콩에서는 지금까지 1200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공포를 겪은 홍콩 정부는 코로나가 확산하자 3월 25일부터 홍콩에 살지 않는 외국인의 입경(入境)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14일간 해외에 간 적이 없는 중국 거주 외국인은 갈 수 있다.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는 기자도 여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홍콩 출장은 엄두를 내지 못했다. 우선 홍콩에 들어가면 2주간 격리를 해야 한다. 홍콩 취재를 마치더라도 중국으로 돌아올 수 없다. 중국은 코로나 유입을 막기 위해 3월 28일 외국인에게 발급했던 기존 비자 효력을 정지한 상태다. 중국에 복귀하려면 홍콩에서 한국으로 가 2주간 격리해야 한다. 중국 정부가 한두 달 안에 새 비자를 내준다고 해도 중국에 입국하면 다시 2주간 격리해야 한다. 베이징에서 홍콩은 비행기로 3시간 반 거리다. 하지만 지금 베이징·홍콩을 오가려면 격리 6주를 비롯해 최소 2~3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작년 11월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를 2주간 취재한 적이 있다. 시위대가 점령한 홍콩이공대 캠퍼스에 들어가 20~30대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 기자인데도 한국 여권을 보여주니 중국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려줬다. 1일 홍콩에서는 홍콩보안법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시위대 수는 작년보다 줄었고, 그나마 도로에 나가는 족족 경찰에 연행됐다.

'아시아의 진주' 홍콩은 누구나 자유롭게 갈 수 있던 곳이었다. 누군가는 "비행 거리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도시"라고 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와 작년 6개월간 계속된 반중 시위, 중국 정부가 만든 홍콩보안법은 국제도시 홍콩의 공기를 바꿔놓고 있다. '내일의 홍콩'이 '어제의 홍콩'과 다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