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미국을 상대로 가장 많은 로비 자금을 공식 지출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미국의 비영리 정치자금 추적 시민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가 2016년부터 외국 정부·기업이 미국을 상대로 로비 활동을 벌였다고 미국 법무부에 신고한 금액을 추적한 결과, 한국(1억6552만달러)은 일본(1억5698만달러), 이스라엘(1억1839만달러),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눈길을 끄는 점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한국 정부의 대미 로비 지출이 전년도(633만달러)의 10배인 6350만달러(약 762억원)로 폭증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공식 로비 자금으로 워싱턴 DC에서 한 해 6000만달러 넘게 쓰고 최근 4년 로비 지출액이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대한민국 외교 사상 처음"이라고 했다.

2017년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워싱턴 정가의 이미지 개선, 행정·입법부 실력자들과의 막후 접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과 같은 경제·통상 현안 대응 등의 필요성이 대미(對美) 로비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미 정무 공사를 지낸 전직 외교관은 본지 인터뷰에서 "로비 지출 2·3위인 일본과 이스라엘이 미국과 돈독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경제통상 분야에서 특별 혜택도 받지 못했고, 최근 존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서 보듯 한·미 관계와 미·북 관계 조율에 모두 실패했다"며 "국민 세금을 갖고 '헛돈'을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RP에 따르면, 2017년 1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한국 정부' 명의로 의뢰한 로비는 모두 21건이었다. 한국 정부는 이 로비 물량을 복수의 미국 로비 전문 회사에 맡겼다. 2017년 로비 수주 1·2위는 '스크라이브 스트래터지'와 '애킨 검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