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은 1일 한미동맹포럼 초청 강연에서 "최근 폐쇄된 사격 훈련장, 민간 시위로 인한 불충분한 훈련장 사용 등으로 우리 준비 태세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우리는 기갑, 보병, 박격포, 포병, 헬기, 근접항공 등의 전력이 포함된 실사격 훈련을 실전적으로 해야 하고, 항공 전력은 계속해서 훈련장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 등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그동안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나 각종 민원 등에 따른 주한미군 훈련 차질 문제에 대해 "대비 태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왔다. 하지만 이날 정경두 국방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우리 군 수뇌부가 참석한 자리에서 대놓고 훈련 문제를 언급했다. 주한미군 소식통은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작심하고 그동안 느껴왔던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6·25전쟁 당시 처음 투입됐던 미군인 '스미스 특수임무대대'의 사례까지 거론했다. 그는 "스미스 특임대대와 같은 상황을 다시는 겪어선 안 된다"며 "특임대대는 고강도 훈련을 정기적으로 하지 못했고 무장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교훈은 잊어서는 안 된다"며 "이 때문에 훈련되고 기강 잡힌 군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스미스 특임대대에 대한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비판은 박한기 합참의장이 스미스 특임대대를 기리는 행사 축배사를 한 직후에 나왔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른바 제병협동훈련과 항공훈련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제병협동훈련은 보병·포병·기갑·항공부대 등이 지상과 공중에서 입체적으로 벌이는 훈련이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이날 '폐쇄된 사격장'이 어느 곳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9·19 군사합의에 따라 주한미군의 스토리 사격장(경기도 파주)이 일부 폐쇄됐는데, 그곳을 가리킨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스토리 사격장은 군사분계선(MDL)에서 5㎞ 구역에 걸쳐 있어 포사격 금지 구역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군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9·19 군사 합의를 일방 통보받은 미군의 농축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다만 국방부 관계자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은 9·19 군사합의와 큰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군에서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발언이 경기도 포천 로드리게스 사격장(영평 사격장)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로드리게스 사격장은 주한미군 최대 훈련장(1322만㎡ 규모) 중 하나로 주로 주한 미 2사단 전차·장갑차 등 기갑부대와 포병부대, 아파치 공격헬기 부대 등이 훈련해왔다. 간혹 민가나 한국군 부대에 유탄이 떨어져 주민들의 훈련장 폐쇄 요구가 이어졌다. 작년엔 주한미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 대대가 1년 이상 이 훈련장에서 훈련할 수 없게 되자 아파치 대대 철수설이 나오기도 했다.
☞스미스 특임대대
6·25 전쟁 당시 일본에 주둔 중이던 미 24사단 21연대 1대대를 지칭하는 말. 대대장인 찰스 스미스 중령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전쟁 발발 직후 긴급 투입됐지만, 북한군과의 교전에서 큰 피해를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