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대공황 이후 최악의 침체가 덮칠 것"이라며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로 전망했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2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면서 하반기에는 방역 조치가 점진적으로 해제될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한 것이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면 올해 세계 성장률이 -6%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후 두 달간 현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가깝게 흘러가고 있다. '2분기 정점' 기대가 물거품이 되면서 최근 IMF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4.9%로 낮췄다.

'V자형 반등' 희망도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미국의 유력 경제연구소인 UCLA 앤더슨스쿨은 최근 "미국 경제성장률이 2분기 -42%로 곤두박질친 뒤 점차 상승하더라도 2023년까지는 2019년 경제규모를 회복하지 못하는 '나이키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소 책임자인 제리 니켈스버그는 "이런 전망조차도 올여름에 코로나 팬데믹이 잦아들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한 것"이라며 "대규모 전염병에 대한 가정은 가정일 뿐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가을에 2차 파동이 오더라도 선별적인 록다운(경제활동 제한)에 그칠 것이며, 내년 여름이면 백신이 널리 쓰일 것"이라는 가정하에 'V자형' 회복을 전망하고 있는 글로벌 투자회사 모건 스탠리도 "올해 초 같은 규모의 록다운이 재개될 경우엔 세계경제가 더블 딥(일시적인 회복 이후 재침체)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코로나로 인해 올해와 내년에 전 세계에서 12조5000억달러(1경5000조원)의 생산액이 증발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전 세계 산업계는 이미 코로나로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글로벌 항공업계 순손실이 843억달러(약 10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델타항공은 성수기인 올여름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5%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정유업계도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2000년대 후반 수압파쇄법 적용으로 셰일혁명을 이끌었던 선구적 업체인 미 체사피크에너지는 이달 초 1350만달러에 달하는 이자를 지급하지 못해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딜로이트는 "미국 석유 탐사·생산 업체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해 자산 가치가 최대 3000억달러 증발할 것"이라며 "셰일 업체들의 대규모 파산과 합병이 잇따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코로나와 별 상관없어 보이는 미국의 스포츠 용품업체 나이키도 올 3~5월 매출이 38% 급감했다. JC페니, 니만 마커스 등 유통업체와 레나운(일본), 제이크루(미국) 등 패션업체도 줄줄이 파산했다.

하반기에 코로나 증가세가 잡히더라도 세계경제에 남긴 깊은 상처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고무줄은 잡아당겼다가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비닐랩은 한번 늘리면 훼손된 상태로 남는다"며 코로나 이후 세계경제가 늘어진 비닐랩 같은 상태로 남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5년 일본 고베 지진 이후 일본의 신발 산업이 아예 소멸했듯, 코로나라는 천재지변으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전통적 산업들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바뀌고 공장 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전 세계적인 일자리 부족 현상도 만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백신이나 대중의 감염 등을 통한 집단 면역이 생기기 전까지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