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유행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지난 19일에는 전 세계에서 18만명이 감염 판정을 받아 코로나 발생 이후 하루 확진자 숫자가 최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지난달 6일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한 뒤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21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46일간 수도권에서만 코로나 환자가 1250명(해외 유입 포함) 나왔다. 이 기간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 환자(1617명)의 77.3%를 차지했다. 최대 인구 밀집 지역이고, 경제 중심지인 수도권이 코로나 최대 감염 지역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의 장기화가 기정사실이 된 이상 일상에서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답답하고 불편한 일상이 '뉴 노멀(New Normal·과거와 다른 새로운 현실)'이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로 확진자를 일시적으로 줄여도 다시 봉쇄를 풀면 숨은 감염자를 통해 확진자가 재차 늘 수밖에 없다"면서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기 전까진 독감처럼 코로나와 동거하는 수밖에 없다.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는 수준에서 방역과 경제의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확진자 10명 중 7명이 수도권에서 발생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주말 새 발생(해외 유입 제외)한 지역사회 신규 확진자 76명 중 51명이 수도권에 거주한다. 기존 집단감염이 꼬리를 물면서 확진자를 낳고 동시에 새로운 집단감염이 발생하는 양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 새 경기 의왕 롯데제과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12명이 늘어 총 17명이 됐다.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관련 확진자도 7명이 늘어 총 194명이 됐고, 서울 도봉구 성심데이케어센터 관련 확진자도 3명이 추가돼 43명으로 늘었다. 지난 20일 확인된 서울 구로구 방문판매업체 관련 집단감염은 이틀 새 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최근 2주간 발생한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깜깜이' 환자도 전체의 10.6%를 차지해 5% 미만을 유지한다는 방역 당국의 목표를 초과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수도권 감염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수도권 외 지역으로 감염이 확산하는 등 매우 엄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장기화에 대비해야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대유행 우려가 큰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강력한 봉쇄로 지역사회 감염을 종식해야 한다는 강경론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산하 신종감염병중앙임상위원회 오명돈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종식하는 건 불가능한 목표"라며 "방역의 목표는 코로나 종식이 아닌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돼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는 이상 코로나 팬데믹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차선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중앙임상위는 50세 미만 경증 환자는 앞으로 병원에 입원·격리하지 말고 자가 격리하거나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게 하는 새로운 환자 치료·관리 지침을 권고했다. 별다른 증상도 없고 병세가 악화할 위험도 적은 경증 환자 대신 중증 환자를 위한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권고안은 코로나 장기화 국면에서 의료진의 피로도를 낮추고 인명 피해는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라고 평가했다.
◇무증상 감염, 확진자 10배 추정
오명돈 위원장은 "스페인 정부가 항체 조사를 했더니 전 국민의 5%가 감염된 걸로 파악됐는데, 이는 확진자보다 10배는 많은 수치"라며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무증상 감염자는 현재 파악된 환자의 10배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스페인 등의 상황을 그대로 국내에 적용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1만2400여 명인 국내 확진자 규모를 감안하면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숨은 감염자'가 11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