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체류 시절 수첩에 뭔가를 적고 있는 김환기(왼쪽)와 이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1973년 완성한 푸른 점화 '16-IX-73 #318'.

전시|김환기 수화시학展

화가 김환기(1913~1974)가 시를 썼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그가 1949년 쓴 시 '그림에 부치는 시―이조 항아리'를 읽다 보면, 그에게 시와 그림이 형태만 다른 하나의 언어였음을 알아차릴 수 있다.

"둥근 하늘과 둥근 항아리와/ 푸른 하늘과 흰 항아리와/ 틀림없는 한 쌍이다/ 똑/ 닭이 알을 낳드시/ 사람의 손에서 쏙 빠진 항아리다." 전시장에 '매화와 항아리'(1957)가 걸려 있다. 시를 읽은 뒤 이 유화를 바라보면, 둥근 백자에서 작은 새 한 마리가 태어날 것 같다. 환기미술관 백승이 학예사는 "항아리나 달처럼 김환기가 즐겨 그린 소재는 일종의 시어"라고 말했다.

김환기의 시와 드로잉·유화 등 200여 점을 선보이는 전시 '수화시학'이 서울 부암동 환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경매 최고가 기록으로만 호명되는 김환기의 조형 세계를 시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려는 시도다. 전시 제목은 김환기의 필명 수화(樹話)에서 따왔다. 전시장 초입에 푸른 전면점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걸려 있다. 생전 그가 "시화(詩畫) 대작"이라 일컬으며, 친구였던 시인 김광섭의 시구에서 제목을 빌려온 이 그림은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는다.

전시장 2층에는 김환기 특유의 상징 도형과 십자구도 등이 반복되는 작품이 선별돼 있다. 붓질이 반복 연주되는 동안 화면에서 시적 운율이 태어난다. 시는 상상의 언어이기에 추상을 닮아 있고, 파도의 연쇄 혹은 다랑논 같아 보이는 푸른 점화 '16-IX-73 #318'은 그래서 애초에 표면으로 파악할 수 없는 기(氣)의 파동처럼 느껴진다. 1949년 시 '남풍'에서 김환기가 썼듯 "그러나 한번 상상해보세요/ 얼마나 맑고 깊은 바다인지/ 그 바다 위에 나비같이 날으는 돛/ 그늘에 나상 하나"처럼 각자만의 형상을 떠올리게 한다. 10월 11일까지.

클래식|엘 토요 콘서트

엄숙하고 때론 격정적인 오페라 아리아가 재즈를 입으면 어떤 느낌이 날까.

20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시작하는 엘 토요 콘서트 '토요 클래식 산책'의 주제는 '재즈와 만나는 오페라 아리아(Jazz Meets OPERA ARIA)'다.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에서 '별은 빛나건만', 비제의 '카르멘' 중 '하바네라',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 중 '남몰래 흘리는 눈물' 등 유명한 아리아를 재즈풍으로 선보인다. 테너 김현수가 재즈로 변신한 새로운 느낌의 아리아를 목소리로 덧입힌다. 3만원으로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뮤지컬|미드나잇

스탈린이 대숙청을 하던 1937년 소련. 사람들은 서로를 '혁명의 적'으로 고발하며 살아남으려 발버둥친다. 12월 31일 자정 무렵 공직자인 남편과 아름다운 부인이 사는 아파트 문을 낯선 손님 '비지터'가 쿵쿵 두드린다. 비밀경찰 '엔카베데'라 소개한 비지터는 이 부부가 서로에게 숨겨온 비밀을 폭로하며 두 사람을 불신과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는다. 배우들이 노래와 연기뿐 아니라 직접 기타, 피아노, 바이올린, 콘트라베이스, 퍼커션을 연주하는 독특한 형식. 강약의 리듬감이 살아 있는 극 진행, 잘 짜인 드라마, 춤과 노래와 연기까지 만족도 높은 뮤지컬이다. 28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

영화|온워드

날아다니던 유니콘은 쓰레기통을 뒤지고 초원을 질주하던 켄타우로스들은 자동차를 운전한다. 영화 '온워드'는 익히기 어려운 마법 대신 편리한 과학 기술을 택한 판타지를 그린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하루만이라도 함께하고 싶어 한 엘프 소년 '이언'은 서툴게 지팡이를 휘두르다 참사를 일으킨다. 사고뭉치 형 '발리'와 함께 아버지를 온전히 되살리기 위한 모험을 떠난다.

'인사이드 아웃' '코코'에 이어 디즈니·픽사가 내놓은 성장 드라마. 기발하게 빚어낸 황홀한 볼거리와 아슬아슬한 미션들로 지루할 틈이 없다. 마법을 찾아 떠난 이안은 더 소중한 것을 배운다. 긴박감 넘치는 모험 끝에 잊고 산 무엇을 깨닫는 순간, 어른조차 가슴이 먹먹해진다.

넷플릭스|반쪽의 이야기

미국 시골 마을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엘리 추. 엘리는 학교에서 은근한 왕따를 당하지만, 글솜씨만큼은 인정받아 과제 대필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 그녀에게 학교를 대표하는 미식축구 선수 폴 먼스키가 연애편지 대필을 부탁한다. 상대는 교내에서 으뜸인 퀸카 에스터 플로레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반쪽의 이야기'는 10대들의 반쪽 찾기로 시작한다. 스스로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고 고백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사랑이 무엇인지 묻고 탐색한다. 저마다 어렴풋하게 답에 도달하는 순간 그들은 스스로가 한 뼘 더 자랐다는 걸 알게 된다. 하이틴 로맨스로는 조금 어설프지만, 보고 있으면 그들의 성장이 기특해서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