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고록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깜짝 놀랄 만큼 무식했다"고 적었다. 워싱턴포스트가 17일(현지 시각) 회고록을 입수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트럼프는 유엔 상임이사국(P5)의 일원인 영국이 핵보유국인 것도 몰랐다. 2018년 5월 미·영 정상회담에서 테리사 메이 당시 영국 총리가 자국을 "핵보유국"이라고 부르자, 트럼프는 "아, 그쪽도 핵보유국인가요?"라고 물었다. 이 장면을 전하며 볼턴은 "(트럼프가) 농담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고 했다.
트럼프는 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장소를 논의할 당시 핀란드 수도 헬싱키를 주장했는데, 푸틴이 반대하자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핀란드가 러시아의 일부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트럼프는 베네수엘라를 침공하면 "멋질 것(cool)"이라며 "(남미는) 사실 미국의 일부"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이란과의 협상을 도와달라고 부탁하면서는 아프가니스탄의 현 대통령과 전 대통령을 계속 헷갈렸다.
트럼프는 미국의 동맹 정책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2018년 여름에 열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당시 트럼프는 나토 동맹국들에 다음해 1월까지 방위비 분담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하겠다고 말하려 했다. 트럼프는 볼턴에게 "역사적인 일을 하고 싶으냐?"며 "우리는 (나토에서) 빠져나와 돈을 안 내는 사람들을 지켜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은 외국 정상들이 이런 트럼프를 조종하려 했다고 회고했다. 2019년 5월 미·러 정상 통화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2016년 미국 대선 당시의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 비유했다. 지원해선 안 되는 사람을 지원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볼턴은 베네수엘라의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를 지원하는 러시아가 트럼프를 상대로 "소련식 선전전을 멋지게 해냈다"며 당시 트럼프가 푸틴의 말에 "상당히 설득됐었다"고 했다. 17일 ABC방송과 인터뷰한 볼턴은 "푸틴은 트럼프를 바이올린처럼 갖고 놀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17일 볼턴의 회고록에 대해 트위터에서 "괴짜 볼턴의 '극도로 지루한' 책은 거짓말과 가짜 이야기로 구성됐다"며 볼턴에 대해 "전쟁만 하고 싶어 하는 언짢고 지루한 바보"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