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상(思想)을 21세기를 대표하는 사상이라고 평가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사상에 세계사적 의미를 부여해 '세기(世紀)의 사상'으로 평가한 것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진핑 체제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공산당 중앙당교(黨校) 기관지 '학습시보'는 15일 자 머리기사로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 사상(시진핑 사상)은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허이팅(何毅亭·68) 중앙당교 상무부교장은 이 글에서 "마르크스주의 발전사에서 볼 때 마르크스, 엥겔스 학설은 19세기 마르크스주의라고 하고, 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의 성과와 기본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특색사회주의를 20세기 마르크스주의라고 칭한다면 시진핑 사상은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고 했다.
허 부교장은 2018년 마르크스 탄생 200주년을 맞아 쓴 글에서 시진핑 사상을 '21세기 마르크스주의'라고 표현한 적이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우리 당(중국 공산당)이 세기라는 척도로 마르크스주의 중국화(化)의 성과를 명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글은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대국(大國)에서 강대국으로 나아가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신시대'에 진입했다"고 평했다. 또 중국의 부상과 발전은 미국·영국의 발전론이나 일본 등 동아시아 유교자본주의 사례로는 설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시진핑 사상은 중국의 기적을 설명하는 유일한 과학적 학설"이라고 했다. 시 주석이 강조해온 인류운명공동체론,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등을 언급하며 "시진핑 사상이 자국중심주의가 팽배한 국제사회의 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도 했다.
글을 쓴 허이팅 부교장은 시 주석의 국내외 연설문 작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의 '문담(文膽)'으로 불린다. 고대부터 중국 지도자들이 연설문을 작성하는 사람을 쓸개[膽]처럼 여긴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그는 시 주석 집권 직후 공산당원을 교육하고 이론을 만드는 중앙당교의 부교장을 맡고 있다.
홍콩 명보는 16일 "글이 발표된 15일은 시진핑 주석의 67번째 생일이었다"며 "소셜미디어에는 학습시보 기사가 시 주석의 생일을 축하하는 것이라고 의심하는 글이 많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