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하나시티즌의 안드레 루이스(23·브라질·등록명 안드레)는 2020시즌 프로축구 2부 리그(K리그 2)를 달구는 골잡이다. 5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수원FC 안병준과 득점 공동 선두. 홈 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선 안드레가 골을 넣을 때마다 축하의 의미로 트로트인 '곤드레 만드레'가 울려 퍼진다. 노래 제목과 선수의 이름이 비슷하다는 데서 착안한 구단이 '축하곡'으로 삼은 것이다.

"노래를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느낌이 들어요. '곤드레만드레'(술이나 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모양새)가 무슨 뜻인지는 뒤늦게 알았어요. 내가 술은 못 마시지만요." 얼마 전 대전에서 만난 안드레는 "브라질에 있는 가족도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연습한다. 노래를 들을수록 골 욕심이 생긴다"고 했다. 팬들은 무관중 경기라 현장을 찾지는 못하지만, 중계를 통해 노래가 나올 때면 "곤드레~ 안드레~ 나는 취해버렸어~"라고 가사를 바꿔 부르며 흥을 낸다.

6골로 K리그2 득점 공동 선두를 달리는 안드레(대전)는 "홈 구장에 '곤드레 만드레'가 울려 퍼질수록 더 골 욕심이 난다"고 했다. 안드레가 팀 훈련장에서 활짝 웃는 모습.

5년 만에 1부 리그 승격을 노리는 대전은 12일 현재 3승2무(승점 11)로 부천FC(4승1패·승점 12)에 이어 2위를 달린다. 안드레는 정규 리그와 FA컵을 포함해 6경기 연속 득점(7골)을 기록 중이다. 13일엔 서울 이랜드와의 잠실 원정 경기에 출전해 7경기 연속 골 사냥에 나선다.

◇브라질 빈민가 출신 '코리안 드림'

안드레(179㎝·70㎏)는 힘이 좋아 장신 수비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브라질 특유의 유연성을 바탕으로 수비수 한두 명은 쉽게 제친다. 왼발잡이면서도 오른발을 쓸 줄 아는 게 또 다른 장점. K리그 데뷔골은 오른발로 만들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를 지냈던 웨인 루니와 플레이 스타일과 외모가 비슷해 '대전 루니'로 통한다. 안드레는 "루니보다는 내가 좀 더 잘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는 브라질 남동부 미나스제라이스주(州)의 한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4남 3녀 중 넷째. "일곱 살 때 축구를 시작했는데, 동네에서 공을 차러 가는 길에 불타는 시신을 종종 봤을 만큼 치안이 나빴다"고 했다. 열한 살 때이던 2008년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와 호비뉴 등을 발굴한 브라질 산투스 유소년팀에 입단하자, 버스 운전기사인 아버지(46)는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고 한다. 안드레는 "요즘도 아버지가 인터넷으로 K리그 경기를 생중계로 지켜본다"고 했다. 최근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고향 주민들을 위해 식량 1t을 기부하기도 했다.

◇"된장찌개, 삼겹살과 사랑에 빠져"

안드레의 원소속팀은 브라질 명문 클럽 코린치앙스다. 1년 임대 형식으로 지난 1월 대전 유니폼을 입었다. "한국 땅을 처음 밟은 날 기온이 영하 12도쯤 됐어요. 가장 두꺼운 패딩을 입었는데도 발가벗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란 걱정이 들었어요. 가족이 내가 낯선 한국에서 버티는 원동력이죠."

대전은 포지션을 가리지 않는 데다 기량이 출중한 그를 높게 평가한다. 황선홍(52) 감독도 "전술 활용도가 매우 높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완전 영입설도 흘러나오는데, 1부 팀도 선뜻 내놓기 어려운 300만달러(약 37억원) 이상을 들여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드레는 "올해 대전의 1부 승격을 돕는 게 우선"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한국에 남고 싶다는 뜻을 은근히 내비쳤다. 이미 된장찌개, 삼겹살과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한국에선 새벽 2시에 편의점에 가도 안전해요. 브라질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에요. 한국에 쭉 있으면서 브라질은 여행 삼아 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