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데이터 패권' 전쟁의 막이 오르고 있다. 대량의 데이터를 한 곳에 저장하는 '클라우드(Cloud)'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텐센트·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세계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 테크 3사와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텐센트는 클라우드를 포함한 미래 기술 인프라에 향후 5년간 5000억 위안(약 86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엔 알리바바가 이 시장에 3년간 2000억위안(약 34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두 회사의 투자 금액만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현재 알리바바는 세계 시장에서 3~4위 정도인 후발 주자로, 주로 중국과 아시아 시장 점유율이 높다. 텐센트는 알리바바보다 더 뒤다.

공격적인 투자 배경엔 중국 정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개막한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새로운 인프라 건설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과 같은 선상이라는 것이다. 새 인프라는 도로와 같은 구(舊) 인프라가 아닌, 데이터센터나 5G(5세대 이동통신) 기지국과 같은 테크 인프라를 지칭한다. 클라우드는 가상의 저장·연산 공간을 뜻한다.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원격진료 등 비(非)대면 서비스는 물론이고 모든 기업이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할 때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곳이다.

세계 1위는 50% 이상 장악한 아마존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2~3위다. 미국 3사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도 데이터 센터의 증설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 데이터의 대부분이 미국 기업의 대형 컴퓨터(서버)에 저장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2년 전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오류가 발생했을 때 쿠팡·마켓컬리·푹·야놀자 등 주요 서비스가 일제히 접속 불가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엔 KT 등 통신업체들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미국 기업에 임대하는 입장이고 제대로 된 클라우드 사업은 하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가 춘천의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