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구하라

“하라는 겉으론 밝고 씩씩했지만 항상 아파하고 사랑을 갈구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던 동생이었습니다. 평생 친모(親母)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에 살았는데….”

지난해 11월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씨의 친오빠 구호인씨가 22일 국회를 찾았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어린 시절 버림받고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고통받은 저와 제 가족 고통 반복되지 않도록 21대 국회에선 ‘구하라법’이 통과돼야 한다”며 “구하라법이 만들어져도 우리 가족은 적용받지 못하지만, 평생 슬프고 아프고 외롭게 살아온 사랑하는 동생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 자리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서영교 의원도 함께했다.

고 구하라 씨의 친오빠 구호인 씨(오른쪽 두 번째)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2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구하라 법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일명 ‘구하라법’은 부모가 부양의무를 게을리하면 자식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배우자 없이 사망한 자식의 재산은 친부와 친모가 절반씩 상속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하라씨가 사망한 뒤 20여 년 전 집을 떠난 친모가 나타나 그가 남긴 재산의 절반을 요구하자, 오빠 구씨가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지난 3월 국회 입법청원을 올렸다.

이 입법청원은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 소관 상임위로 넘겨졌지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20대 국회 마지막 회의인 지난 20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아 사실상 ‘구하라법’은 폐기됐다.

구씨는 “동생 장례를 치르는 중 친모가 찾아와 연예인들과 인증샷을 찍으려 하는 등 이해가 안 가는 행동을 했다. 우리를 버린 친모가 (재산 상속) 요구를 하는 것에 충격받았다”며 “비록 이번 20대 국회에선 (구하라법이)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21대에서는 찾아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주선한 서영교 의원은 “21대에 의원님들과 상의해서 바로 재발의하고, 통과를 약속드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