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갈등 새 전선은 역사… 입시문제·교과서 놓고 충돌

입력 2020.05.20 03:00

'식민지배의 이득' 논하라고 한 대입시험에 親中 "매국노 시험"
중국식 새 역사교과서 도입에 反中 "침투적 세뇌교육" 반발

작년 6개월간 이어진 대규모 반중(反中) 시위 이후 중국이 홍콩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친중(親中)·반중 진영 사이에 또 다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전선(戰線)은 중고생 역사교육이다.

논란은 지난 14일 치러진 홍콩 대입 시험 문제에서 시작됐다. '1900~1945년 이뤄진 일본의 식민 통치가 중국에 손해보다 이익을 더 줬다'는 데 대해 의견을 적는 문제다. 홍콩 대입 시험은 정부 관리, 대학교수, 중·고 교사 등으로 이뤄진 독립된 홍콩시험평가국(HKEAA)이 출제·관리한다. 중국 본토 관영 매체들은 "일본 침략을 미화하는 매국노 시험"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를 홍콩 교육 전반과 연결해 "작년 홍콩 시위 당시 중·고생들이 대거 참여한 것도 교육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홍콩 교육이 독(毒)을 뽑아내야 한다"고 했다. 홍콩 교육국은 17일 해당 문제를 철회할 것을 HEKAA에 요구했다.

이에 대해 교사단체인 홍콩교육전업인원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의 압력으로 문제를 무효로 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민감한 문제'를 가르치기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철회에 반대했다. 수험생 혼란을 우려하며 버티던 HKEAA 측은 19일 "행정장관이 지시할 경우 해당 문제를 취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단체는 당국이 문제를 취소할 경우 법정투쟁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과 홍콩 내 친중 인사들은 그간 홍콩 젊은 층에서 확산한 반중 정서의 원인으로 교육을 꼽아왔다. 2009년 정규 과정에 포함된 '퉁스(通識·통용 상식)'라는 토론식 교양교육이 학생들에게 서구 중심 사고를 갖게 하고 반중 정서를 키웠다는 것이다. 인민일보는 19일에도 "나쁜 교사와 독성 교재, 정신의 아편이 홍콩의 아이들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했다.

2010년 홍콩 정부가 국민·도덕 교육을 도입하려 하자 대규모 반대 시위를 통해 무산시켰던 홍콩 내 범민주 진영에서는 중국식 교육 도입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7일 반중 성향인 홍콩 빈과일보는 올해 9월부터 중학 1학년에 적용되는 새 역사 교과서를 입수해 보도하며 "정부 입맛에 맞춘 침투적 세뇌 교육"이라고 했다. 기존 교과서가 홍콩사와 중국사를 독립적으로 가르쳤다면 홍콩 정부의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새 교과서들은 역사적 연관성만 강조한다. 예를 들어 진시황이 현재 홍콩 일대를 남정(南征)하는 부분으로 홍콩사를 시작하고, 학생들에게 "홍콩이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라는 점을 잘 입증하라"는 과제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환구시보 등 중국 본토 매체들은 빈과일보를 "독성(毒性) 매체"라고 부르며 "예로부터 홍콩이 중국의 영토라는 게 뭐가 문제냐"는 네티즌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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